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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제주와 한국의 굿놀이’가 18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소극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2018 설문대할망 페스티벌] 한국무속학회 토론회...“한정된 지역에서 다양한 발전 주목”

제주도 굿놀이는 한반도 굿놀이의 원향(遠鄕)이자 본향(本鄕)이라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기에 체계적인 연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돌문화공원이 주최하고 한국무속학회가 주관하는 토론회 ‘제주와 한국의 굿놀이’가 18일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5월 한 달 동안 진행하는 ‘2018 설문대할망 페스티벌’의 일환이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헌선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는 전국 9개 지역(평안도, 황해도, 서울, 경기도 북부·남부, 동해안, 호남, 남해안, 제주도) 굿놀이의 특징을 세세하게 분석했다. 함경도, 평안북도의 굿은 관찰한 바가 없어서 제외했다. 

굿놀이는 무당굿놀이, 무속극, 무극 등으로 불리는데 ‘무당(심방)이 하는 굿에 있는 일정한 연희적 놀이’로 규정지을 수 있다. 혼자 신의 내력을 풀이하는 본풀이와 달리 무당과 장구잽이가 함께 재담을 주고받는 게 특징이다. 

김 교수는 굿놀이의 위치를 ▲굿의 마지막 ▲개발 굿거리의 마지막 ▲독립적인 제차 ▲굿거리 중간부 등 네 가지로 구분했다. 그리고 “굿놀이는 일상적인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으면서 굿이 극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부여했다”며 “우리의 전통 유산 가운데 아직 채 정리되지 않은 것이 바로 굿놀이”라고 가치를 높이 샀다.

그는 “황해도와 제주도는 굿놀이를 제외하고는 도무지 굿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굿놀이가 풍성하게 전승되는 고장”이라며 “현주소지를 상실하고 실향민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황해도 굿놀이와 달리, 제주도 지역은 굿놀이의 원향이자 본향이다. 굿놀이의 시원지, 현주소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제주도 굿놀이가 종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놀이의 전개 방식이 소박하고 다양하고 굿의 체계적인 전개와 깊이 있게 맞물려 있다. 일련의 독립성과 함께 체계적인 얽힘을 그 자체로 보여준다.

김 교수는 문무병 민속학자의 연구를 참고해 제주도 굿놀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수룩침 : 불도할망이 내려 오는 길을 여는 의미의 굿놀이
▲악심꽃꺾기 : 인간에게 액이나 나쁜 마음을 주는 악심꽃을 없애기 위해서 하는 굿놀이
▲꽃타러듬 : 서천꽃밭에 있는 생명의 꽃나무를 바래서 새로운 아이의 탄생을 기원하거나 인간의 명과 복을 기원하는 굿놀이
▲전상놀이 : 삼공본풀이의 내용을 기반으로 해서 평상시와 다른 나쁜 마음을 먹게 하는 전상을 없애기 위해 거지부부와 그 딸들이 등장해서 노는 굿놀이
▲세경놀이 : 풍농기원으로 하는 모의 농사짓기 굿놀이
▲강태공서목시 : 강태공서목시를 불러 집을 짓는 모습을 모의로 하면서, 집안에 좋지 않는 것을 물리치는 굿놀이
▲죄목죄상 : 굿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당과 당주집 등 각각 잘못한 이에 대해서 사죄하는 내용의 굿놀이
▲용놀이(갈룡머리) : 긴 무명천으로 밖에서부터 안으로 늘이고 용과 같은 형상을 하면서 갈룡이 들어오면서 여러 가지 점사를 쳐주는 굿놀이
▲몰놀이 : 사당클에 신을 매어드는 과정에서 이 신들을 좌정시키고 하는 놀이
▲산신놀이 : 사농바치가 산에 가서 사냥감을 잡고 이를 분육하면서 먹고 노는 일을 하는 사냥놀이
▲입춘굿놀이 : 입춘시기에 모의농작을 하는 굿놀이
▲불찍앗음 : 화재가 난 뒤에 집안을 다시 안정시키기 위해서 하는 굿놀이
▲영감놀이 : 용왕맞이 뒤에서 영감본풀이를 풀고 나서 도깨비신(영감)의 7형제가 나와서 노는 굿놀이
▲구삼싱냄 : 아이에게 병을 주는 구삼싱할망을 놀려서 아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하는 굿의 놀이
▲칠성새남 : 뱀과 관련해서 병이 걸린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하는 굿에서, 허맹이를 통해 모든 죄 값을 치루게 하는 굿놀이
▲아기놀림 : 토산의 일룃당굿을 하거나 그 내력이 있는 집안에서 굿을 할 때 토산 일룃당신본풀이를 한 뒤에 아기가 부모를 찾는 과정으로, 아기를 업고 노는 놀이
▲방울풀기 : 토산의 여드렛당을 섬기는 집안이나 당굿에서 토산 여드렛또본풀이를 푼 다음에, 칠성을 모시는 고를 만들어서 풀면서 청룡머리 갈룡머리와 유사하게 논다.
김 교수는 “제주도의 굿놀이는 지역적으로 한정된 곳에서 굿을 중심으로 다양한 놀이를 발전시킨 점에서 주목할 만한 진전을 이룩했다. 특정한 굿에서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굿놀이가 있는가 하면, 이와 달리 예사 사람이 하면서 심방과 별도로 발전시킨 굿놀이도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입체적인 굿놀이를 발전시켰다”고 높이 평가했다.

더불어 “제주도는 굿놀이의 세계적 공인주소지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온전하게 제대로 취급받지 못햇다. 심방들이 하는 굿놀이의 성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이 굿놀이의 면모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지 못했다”며 “굿놀이의 원형을 탐구하고 세계에 내몰아서 소개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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