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공(功)’을 이뤘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말라는 뜻이다. 공을 이룰 때 사용했던 방법만을 고집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라는 경구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대입하면, 과거의 성과에 머물거나 살지 말고 대내외 환경 변화 등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의 눈으로 과거를 봐야 한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식을 끄집어 내 현재적 관점과 시각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이 옳을 것이다. 물론 JDC의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춰주는 거울은 결국 자신을 비추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부와 외부, 두 개의 거울이 필요하다.

과거 제주는 지역 내 자본과 자원이 빈약한 상황에서 민간 투자에 많은 부분 의존하는 구조였다. 민간이 필요로 하는 토지를 공공부문이 단지 조성 등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근거다. JDC는 도민 합의를 거친 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과 시행계획에 의해 핵심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조성된 단지 내 개별지구와 사업에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제주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내부적 시각이다.

하지만 다른 거울로 보자. 몇 년 전부터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제주이주 열풍에 수반해서 민간 투자가 급증하면서 관광부문에서는 민간이 JDC의 역할을 많이 대체할 수 있게 변했다. 도민 눈높이도 한껏 올라갔다. 급변한 환경에서 기존 사업방식만 고수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변화에 지혜롭게 대응하도록 JDC의 방향이 재설정되는데 까지 시간차(time lag)도 발생했다.

그러던 2016년 11월에 JDC를 이끌어 갈 임무를 맡게 됐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미래를 위한 창의적 준비가 절실히 필요한 때였다. JDC가 이룬 과거 성과를 뒤로 하고 다음 공을 이루기 위해 새롭게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였다.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했다. 우선, 제주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맞도록 JDC의 비전과 목표를 새로이 정했다. 외부의 평가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물리적·외형적 개발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였다.

그에 따라 지난 한 해는 제주의 바람직한 미래, 제주형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해 JDC를 변화시키고 미래 사업을 새롭게 발굴한 중요한 시기였다. 끼니마저 잊고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분발 노력했다. 그 결과 국제화 사업, 업사이클링 클러스터(폐기물 새활용 단지), 제2첨단과기단지, 첨단 농식품단지, 전기자동차 시범단지, 스마트시티 조성 등 제주의 가치를 증진시키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 줄 중요한 사업이 추가로 선정돼 중앙정부로터 승인을 받게 됐다.

▲ 이광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이번 15일은 JDC 창립 16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 시기의 ‘功過(공과)’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함의를 찾는 것은 결국 JDC의 몫이다. 무엇보다 도민 공감대를 더욱 넓혀 가며 제주의 미래가치 증진을 위한 신규 사업들을 본격 추진해 나가겠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고, 제주도정과 바람직한 협업 모델도 강화해 나가겠다.

올해 초 경영계획 발표를 통해 말씀드렸던 도민과의 약속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더 점검해 본다. 미흡한 부분들이 아직도 많아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하지만 JDC가 추구해 온 긍정의 역사를 정체시키지 않으면서도 과거의 틀을 과감히 탈피해 새로운 문법을 만들어 모범적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마음과 자세를 다 잡아 본다. / 이광희 JDC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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