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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열린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비엔날레 집담회 모습.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제주비엔날레 집담회...“비엔날레 관련 의견, 비평 아닌 비판 높아” 일침

지난해 처음 열린 제주비엔날레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비판 대신 생산적인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불어 비엔날레 준비·진행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견 역시 비평 보다는 비판이 대다수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제주도립미술관은 24일 미술관 강당에서 ‘제주비엔날레 집담회:제주비엔날레의 성과와 전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2019년에 치러질 두 번째 제주비엔날레 준비에 앞서, 첫 번째 비엔날레의 성과와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한 자리다.

발제자로 참여한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제주비엔날레, 그 미래를 위한 제언’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정 전 실장은 비엔날레를 둘러싼 여론 양상을 분석하면서, 비엔날레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한 조건을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비판을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리어 판단하거나 밝히는 일’이라고 보고, 이와 달리 비평을 ‘사물의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 따위를 분석하여 가치를 논하는 행위’라는 뜻이라고 볼 때 제주비엔날레는 지금까지 비평보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30여년을 일해 온 사람으로서 많은 비판과 비평을 받아왔고 욕도, 칭찬도 받아보았지만 정말 묻고 싶다. 과연 전시를, 비엔날레를 평가함에 있어서 과연 그 비판 또는 비평의 근거는 무엇이고 그 기준은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정 전 실장은 “제주비엔날레가 끝나기 전, 제주지역 모 언론사와 제주미술포럼이 함께 개최한 라운드테이블 역시 비평 아닌 국지적인 비판이었다. 제주지역 언론의 취재원 풀의 한계로 인해 오직 제주도의 몇몇 아니 3~4인의 의견을 확대재생산했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라고 봤다.

다만 “물론 라운드테이블에서 나온 비판은 모두 맞는 말이고 올바른 지적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족함을 힐난하는 모든 이들의 의견이 이구동성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비엔날레는 성급했지만 진화형 행사로 키워야한다', '계속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동의하는 점”이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을 꼬집었다.

정 전 실장은 “제주비엔날레가 끝난 뒤 열린 강원비엔날레는 지역에 기반을 둔 기획자나 비평가 작가들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지적보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특히 비판적인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체가 돼 마음으로, 묵시적으로 성원을 보냈다”며 “그런 반면에 제주비엔날레는 출발할 때부터 지역으로부터 특히 지역 또는 지역출신의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그대로 또는 확대재생산하면서 언설의 도마에 올라야 했다. 특히 거의 모든 지적은 비엔날레가 개막되고 나서 비엔날레의 의도와 그 내용과 형식을 두고 비평을 한 것이 아니었다. 시작되기 전 비엔날레의 출범과 관련해서 그 과정과 절차를 두고 부정적인 의견들이 오갔다”고 비엔날레를 둘러싼 제주와 강원도의 상반된 여론을 비교했다.

정 전 실장은 “만약 제주 미술인들이 비엔날레가 계속해서 개최되기를 원한다면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혀, 회복불가능 한 그래서 비엔날레 무용론이 나오거나 ‘이전투구’하는 것으로 도민들에게 비친다면 눈치 빠르고 몸이 날랜 정치인들이 당장 발을 빼고 예산을 삭감하거나 없애려 들 것”이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던졌다.

더불어 “비판 또는 비평을 하는 많은 이들은 늘 과감한 개혁과 근본적 수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비판도 비평도 할 대상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2017년 제주비엔날레는 충분히 제 몫을 했고 1995년 제주 첫 비엔날레에서 못 이룬 제주미술인들의 꿈을 이루어줬다고 평가하면 너무 후한 평가일까”라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제주비엔날레가 성공있게 지속 가능하려면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친절하고 따뜻한 행사 ▲후원세력 확보 ▲가르치는 게 아닌 알려주는 교육 병행 ▲대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획 ▲지역주민이 단돈 1000원이라도 수입 늘어나도록 체감하는 내용 등을 제시했다.

다른 발제자 김영호 중앙대 미술대학 교수는 “제주비엔날레는 1년도 안되는 무리한 준비기간과 도립미술관 중심의 폐쇄적 조직 그리고 소통 부재의 운영방식들을 볼 때 ‘최악의 비엔날레’라는 진단은 이미 나와 있었다”면서 도립미술관과 분리된 비엔날레 전문 조직과 제도를 구비하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집담회는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의 ‘제주비엔날레의 탄생’이라는 기조발언을 시작으로, 주제 발표와 안태호 예술공간 이아 전 센터장, 강민석 제주미협 회장, 안영노 안녕소사이어티 대표, 김유선 참여작가, 진선희 한라일보 기자가 참여하는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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