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초부터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단연 ‘미투(me too)’다. 미투 운동의 본질이자 핵심은 ‘권력’으로 인한 부당한 성폭력의 고발이다. 그렇기에 미투는 오랫동안 쌓여온 한국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는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제주지역 동네책방들이 합심해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위드유(with you)’ 프로젝트에 나섰다. 책방들은 저마다 페미니즘 책을 한 권씩을 도민들에게 추천한다. <제주의소리>는 위드유, 나아가 미투에 공감하며 동네책방의 추천도서를 소개한다. 서평은 책방지기들이 정성껏 작성했다. 소개 순서는 가나다 순이다. [편집자 주]

[책으로 만나는 with you] (4) 무명서점 《페미니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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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교양인. 2013(개정증보판). 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2005년 첫 발간된 《페미니즘의 도전》은 2018년 미투 운동을 전후로 출간되는 다양한 페미니즘 도서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 책입니다. 지난 13년 동안 두 번에 걸쳐 개정증보판이 발간됐고 최근 개정판은 몇 달 만에 12쇄를 거듭했습니다. 그 수많은 책들 중에서 어떻게 이토록 오래 살아남았을까요? 한국에서 낯선 ‘성정치’ 담론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저자는 책에서 그 이유가 될 만한 주장을 분명히 합니다. 

여성주의는 ‘흘러간 사상’, ‘한때의 유행’이 될 수 없는 사유다. - 《페미니즘의 도전》 중에서.

페미니즘은 성차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운동일 뿐만 아니라 권력 구조를 바꾸는 대안적인 세계관, 사유의 방법, 그리고 자기 혁명을 내재한 삶의 변화라는 설명입니다. 때문에 이 책은 여성주의가 필요한 이유부터 시작해 성과 사랑의 관습, 폭력의 구조, 인권 논쟁, 나이듦, 성매매의 역사, 군사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사유로까지 경계 없이 뻗어나갑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녀의 차이는 물론이고 페미니즘의 차이도 드러납니다. 

자본가가 다 같은 자본가가 아니듯 페미니스트라고 다 같을 수는 없지요. 책에서 제기하는 성소수자나 성노동자의 문제에 동의하지 못하는 여성주의자들도 많을 겁니다. 《페미니즘의 도전》은 이런 면에서 무엇보다 탁월한 점을 지닙니다. 저자는 논쟁적 이슈에 대한 ‘반대’에 그치지 않고 ‘협상’하고 ‘인정’하는 ‘경합’의 진보를 제시합니다. 여성성이 남성성을 역전하고,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스트와 논쟁하고, 자신이 스스로를 쇄신하게 하는 긴장이 흐르는 책입니다. 

페미니즘이 대체 뭔지 궁금한 사람이 이 책을 집어 든다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 자신이 책을 통해 알게 것을 그냥 모른 척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는 곤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나도 페미니스트가 되고 싶은지 아닌지, 내 삶을 바꿀 것인지 아닌지 말이죠. 작가는 그 경계에 대해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과학자인 '도나 해러웨이'의 말을 빌려 이렇게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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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경 무명서점 대표. 사진=무명서점. ⓒ제주의소리
나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략)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 책은 두 달 전 협동 큐레이션을 통해 무명서점에 첫 입고되었습니다. 책을 추천해준 20대 여성 독자의 추천사를 끝으로 전합니다.

《페미니즘의 도전》은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앎에는 보고도 모른 척 할 수 없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일깨워준 나의 페미니즘 입문서이다.  / 정원경 무명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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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서점은?

무명서점은 제주의 옛 시간을 품은 한경면 고산리에서 2017년 10월말 문을 연 동네책방입니다. 고산우체국 사거리 유명제과 2층에 있어요. 네, 그래서 무명서점이 맞습니다. 17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동네빵집에 기대어 가려는 마음이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유로운 책 읽기를 꿈꾸는 마음으로, 이름을 잊었습니다. 
‘이름 모를 책들의 여행’이라는 모토 아래 모든 책을 시·사랑·정치·자연 4가지 주제로 재배열하고, 새책이었던 헌책과 헌책이 될 새책이 공존하는 책방입니다. 책방 운영자의 취향만으로 책을 선정하지 않고, ‘무규칙 협동 큐레이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직접 읽고 추천하는 책을 입고해서 판매합니다. 매일 책방을 찾는 여행자들이 어떤 책을 선택했는지 출고의 흐름도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어요. 출판 시장이 보여주지 않는 이름 모를 책들, 독자들이 발견해낸 책들이 오늘도 무명서점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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