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런앤라이드, 4.3 70주년 제주 순례라이딩...“학살 역사, 제주·서울 구분 없다”
“가슴 아픈 학살의 역사에 제주도민, 서울시민 따로 있나요. 이번 기회로 제주4.3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4.3의 아픔에 공감하며 순례 여행에 나선 자전거 애호가들이 있다.
자전거 여행 기획사 런앤라이드(대표 황의원)는 16일부터 18일까지 <4.3 70주년 기념라이딩-온통 4.3 두바퀴로 만나는 또 하나의 제주>를 진행하고 있다.
4.3 7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여행은 도내 4.3유적지, 4.3관련 장소를 중심으로 2박 3일간 섬 일주하는 자전거 여행(라이딩)이다. 전국에서 모인 자전거 애호가 15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16일 제주항에서 내려 주정공장 터를 시작으로 관덕정, 섯알오름, 정방폭포 학살터, 다랑쉬굴, 4.3기념관 등을 두루두루 방문한다.
행사를 기획한 황의원(45) 대표는 지난해 금강산 관광버스길 250km를 자전거로 달린 ‘다시 가자 금강산, 자전거 대행진’을 추진한 바 있다. 평소 시민단체 활동과 독서 모임을 통해 근현대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올해가 4.3 70주년이란 소식을 접하고 순례 여행을 마련했다.
순례 첫 날은 한바탕 비 내리고 난 뒤라 제법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참가자들은 거침없이 페달을 밟았다. 착용한 붉은 색 조끼에는 ‘역사에 정의를’이라는 4.3 70주년 문구가 적혀있다.
황 대표는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해방 공간에서 숨진 제주도민들이 너무나 많다. 더구나 사건 발생 후 수십 년 동안 제대로 말하지도 못한 채 숨죽여 살아왔다. 지금도 4.3을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면서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공부하듯 4.3 자료를 모았고, 그 내용을 자전거 동아리 커뮤니티에도 공유했다. "덕분에 몰랐던 4.3을 알게 됐다"는 감사의 인사도 받을 만큼 '4.3 알리미'를 자처한다.
황 대표는 “인터넷으로 꼼꼼히 자료 조사를 하고 지난주에는 사전 답사까지 왔지만, 잃어버린 마을 같은 일부 4.3 유적지는 찾아가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황 대표는 “제주가 역사적으로 많은 아픔을 간직한 섬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천민자본주의와 승자독식으로 망가지는 현대사회에 4.3은 ‘왜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야 하는지’, ‘약자를 왜 보호해야 하는지’ 메시지를 전해준다”며 “4.3 같은 학살의 역사에 제주도민, 서울시민 따로 있지 않다. 70주년을 맞는 올해, 많은 국민들이 4.3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전했다.
한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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