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초부터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단연 ‘미투(me too)’다. 미투 운동의 본질이자 핵심은 ‘권력’으로 인한 부당한 성폭력의 고발이다. 그렇기에 미투는 오랫동안 쌓여온 한국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는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제주지역 동네책방들이 합심해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위드유(with you)’ 프로젝트에 나섰다. 책방들은 저마다 페미니즘 책을 한 권씩을 도민들에게 추천한다. <제주의소리>는 위드유, 나아가 미투에 공감하며 동네책방의 추천도서를 소개한다. 서평은 책방지기들이 정성껏 작성했다. 소개 순서는 가나다 순이다. [편집자 주]

[책으로 만나는 with you] (1) 달리책방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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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2017, 동녘. 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한국에서 우연히 살아남은 20대 여성이 기록한 나와 당신을 자유롭게 할 불편한 이야기.'

이 문장의 무게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홍승은 작가의 책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가 달리책방의 위드유 추천도서입니다.   

2016년 5월 17일 서울 서초동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된 후, 강남역 10번 출구는 포스트잇 퍼포먼스로 물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바로 ’나’일 수도 있었다는 처절한 자각이 이어졌습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여성들에게 ‘우연히 살아남은’ 이란 수식어는 한국 여성의 현실을 비쳐주는 불편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20대를 살아내고 서른 살 초입에 들어선 저자가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를 가장 자기다운 삶의 방식으로 선택한 정직하고 생생한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가정, 학교, 사회, 학생운동, 연애, 우정을 통과하며 드러내기 두렵고 발설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그 배포에는 20대를 거칠게 흔들리고 시달리고 상처받고 고민하며 빚어낸 깊은 사유와 성찰의 힘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는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무언가에 불편할 수 있는 건, 어떤 존재가 눈에 걸리적거릴 때이다...그래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존재가 스스로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은 딸꾹질한다. -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15페이지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시켜 드러내는 이 젊은이의 용기는, 밑줄 긋고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접는 순간 부끄러움과 대견함이 교차합니다.  
  
사실, 일상에서 페미니즘은 이야기하기 참 불편한 주제입니다. 저의 20대 시절에도(참고로 저는 50대입니다) 그랬고 지금도 조심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저에게 페미니즘은 질문과 사유에 접근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회 속에서 느끼는 불합리, 부당함에 대한 문제 인식에 다가가게 합니다. 또 인생 공부의 정도(正道)를 배우는 꽤 괜찮은 길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왜곡과 낙인, 거친 공격과 혐오의 언어들 앞에서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에 나오는 물음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가 더 비장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오랜 세월 우리의 습관·태도에 똬리 틀고 있는 ‘괴물’을 제대로 보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 박진창아 달리책방 대표. 사진=달리책방. ⓒ제주의소리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의 저자 홍승은 씨는 일상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 불편함의 실체를 확인하라고 권합니다.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거나 애매했거나 또는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것을 똑바로 응시해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와 상처를 들려달라고 말합니다. 그 과정이 분명 불편한 일이겠지만,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격려의 말도 함께 말이죠.

페미니즘에 대하여 알고 싶은 분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흔들리며 멀미하는 젊은 친구들, 여성과 여자친구를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은 남성들, 20대의 자녀를 이해하고 싶은 부모님들이 이 책을 보면 좋겠습니다. / 박진창아 달리책방 대표

달리책방은?

달리책방은 서쪽 바닷가동네 옹포리에 자리잡은 책방겸 북카페입니다. 
<나는 내가 읽어야 할 한권의 책> 모토로 자신의 영혼과 내면을 살피는 책읽기를 권합니다. 페미니즘, 그래픽노블, 문학, 예술서, 여행서, 그림책 등 2000여권의 도서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다가오는 3월 16일 저녁 7시 <완전 무서운, 페미니스트클럽 독서모임>이 열립니다.

- 주소 : 제주시 한림읍 월계로18
- 영업시간 :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월요일 휴무)
- 전화번호 : 064-796-6076
- 인스타그램 : @dalli_book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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