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행장은 태평양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만들어졌다. 강제동원에 따른 도민들 피와 땀의 산물이었다. 4.3의 광풍 속에서 수백명이 총살돼 암매장되는 아픔도 겪었다. 한·일 항공협정 체결후 제주~오사카 항로가 신설되면서 1968년 제주비행장은 제주국제공항으로 승격된다. 늘어나는 관광객에 현재는 동남아를 연계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관광허브 공항으로 성장했다. 올해로 국제공항 승격 50년을 맞는 제주국제공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창간14주년 기획-되돌아 본 제주국제공항 50년] ③향후 50년 개발과 환경 기로에선 공항

1.jpg
▲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 계류장과 여객청사를 확대하는 단기 인프라 확충사업을 추진중이다.올해 말 공사가 끝나면 연간 연객처리능력은 현재 2589만명에서 3175만명으로 늘어난다. ⓒ제주의소리
1961년 제주비행장의 활주로는 1500m에 불과했다. 1968년 제주국제공항 승격후 교통부는 국제 용역을 통해 동서 활주로만으로는 대형기 취항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결국 이착륙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1972년 길이 2000m, 폭 45m의 남북 활주로를 건설했다. 이마저 이용객을 수용하지 못하자 교통부는 1975년 제주 신공항 건설을 추진한다.

1976년 정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요청해 공항건설 전문가를 초청하고 제주국제공항 확장 타당성에 대한 각 분야별 조사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현 제주국제공항 외에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한경면 고산리, 한림읍 수원리 등 3곳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조사에는 서울대학교 지질조사팀도 함께했다.

용역팀은 후보지역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해 신공항 제1후보지로 구좌읍 월정리를 낙점했다. 교통부는 용역결과를 토대로 예산투입과 교통불편 등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6.jpg
▲ 1992년 제주국제공항 확장 하기 전 1980년대 제주국제공항 여객청사 대합실의 모습. 옷차림에서 당시 시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7.jpg
▲ 1990년대초 제주국제공항 화물청사 주차장 확장 직후의 모습. 1980~90년대 차량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공항공사 제공>
당시 소요예산은 150~200억원으로 추산됐다. 1978년 김완수 교통부 차관이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현 공항에 3000m의 활주로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며 신공항 건설은 없던 일이 됐다.

정부가 제시한 현 공항 확장안은 세가지였다. 1안은 길이 1500m, 폭 30m의 동서활주로를 폭 45m로 단순 확대하는 확장 안이었다. 

2안은 길이 2000m, 폭 45m의 남북활주로를 바다쪽으로 1000m 연장하는 내용이다. 3안은 동서활주로를 도두 방향으로 3000m까지 넓히고 남북활주로를 보조로 사용하는 방안이다.

고심 끝에 정부는 3안을 선택했다. 1안은 사라봉과 도두봉이 비행기 이착륙에 장애가 되고 2안은 바다 매립에 따른 환경피해와 막대한 예산투입이 발목을 잡았다. 

40년이 지난 현재도 제주는 공항 건설 문제로 시끄럽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 확충을 위해 2014년 10월부터 1년간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 2015년 11월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밢표된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의 모습. 제2공항 건설 소식에 조용했던 마을이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제주의소리
▲ 제2공항 후보지로 선정된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마을은 고·양·부 삼신인과 벽랑국 삼공주의 결혼 이야기를 간직한 신화 속 마을이다. ⓒ제주의소리
용역진이 압축한 후보지는 성산(온평리)과 난산리, 대정읍 신도리와 하모리 등 모두 4곳이었다. 성산의 평가 점수는 89.0점으로 공역과 장애물, 접근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2015년 11월10일 국토부는 성산읍 495만m² 일대를 제2공항 후보지로 전격 발표했다. 사업부지 한가운데 온평리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정 부지의 무려 70%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평화롭던 마을이 들썩였다. 주민들은 곧바로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시민단체와 함께 저항하며 부실용역 등 사업 추진과정의 문제점들을 요목조목 지적했다.

국토부는 숱한 우려 속에서 2017년 12월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관련 타당성 재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동시에 발주했다.

사업은 연간 3000만명에 달하는 제주지역 항공수요 처리를 위해 사업비 총 4조8700억원을 들여 3200m 활주로와 국내여객터미널, 국제여객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제2공항과 별도로 늘어나는 이용객 수요를 감당하기위해 현 제주공항 계류장과 여객청사를 확대하는 단기 인프라 확충사업을 추진중이다.

▲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 계류장과 여객청사를 확대하는 단기 인프라 확충사업을 추진중이다.올해 말 공사가 끝나면 연간 항공기 이·착륙 횟수가 17만2000회에서 18만9000회로 늘어난다. ⓒ제주의소리
▲ 국토교통부는 2015년 11월10일 성산읍 495만m² 일대를 제2공항 후보지로 전격 발표했다. 사업부지 한가운데 온평리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제주의소리
올해 말 공사가 끝나면 연간 연객처리능력은 현재 2589만명에서 3175만명으로 늘어난다. 계류장도 추가 확보하면서 연간 이·착륙 횟수도 17만2000회에서 18만9000회로 증가한다.

국토부는 2050년 제주공항의 항공기 운항 횟수를 연간 29만9000회로 예측했다. 연간 여객 규모도 국내선 4000만명, 국제선 560만명 등 45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이·착륙할 수 있는 슬롯(SLOT)을 최대 68회까지 올려야 한다. 현재 제주공항의 슬롯은 35회 수준이다.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제2공항의 추진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관광객 등 이용객을 기준으로 했을 뿐 정작 제주도의 환경수용능력 평가를 통한 종합적인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50년 제주국제공항은 제주의 관문으로 관광산업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며 교통과 쓰레기, 하수 대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음피해도 50년째 계속되고 있다. 용담동 주민 5796명이 소음피해 소송을 제기해 2016년 법원에서 화해권고 결정이 내려졌고 이호·도두 주민 4132명은 여전히 소송 진행중이다.

도민들은 개발과 살의 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 50년을 넘어 앞으로의 50년. 제주공항이 지역사회에 또 다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도민들의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