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多>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조기 강판을 걱정했지만 다행히 7편까지 달려왔습니다. 편안한 소통을 위해 글도 딱딱하지 않은 대화 형식의 입말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제주의소리>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질문을 남기시면 정성껏 취재해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소리多] (7) 여객선-화물선 뒤엉켜 선석 대혼잡...제주외항 2단계 전까지 뚜렷한 대책 없어

8.jpg
▲ 씨월드고속훼리(주)가 기존 씨스타크루즈호를 대신해 제주~목포 항로에 투입한 뮌메리호가 6일 오후 5시 출항을 위해 제주항에서 계류했다. 최근 노후 여객선 교체와 추가 항로 등장으로 선석 확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씨월드고속훼리(주)의 퀸메리호가 6일 제주항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동안 제주~목포 항로를 오가던 씨스타크루즈호를 대체해 국내 최대 규모의 카페리를 제주 항로에 투입시켰죠.

퀸메리호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을 오가는 선박 5척이 올해 안에 새로운 선박으로 교체됩니다. 2014년 세월호 사태이후 여객선 운항 선령 기준이 30년에서 25년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각 선사마다 대체 선박 구입에 나서고 있지만 선석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항로는 운항 중단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오늘은 바다 위 주차장으로 불리는 ‘선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주항은 제주공항과 함께 물류와 관광을 책임지는 관문입니다. 선석은 항만 중에서도 핵심시설이죠. 항내에서 선박이 정박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춘 접안장소를 의미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항만의 항만시설사용에 관한 규정 제3조 1항에 따라 여객선은 1년 단위로 계류시설에 대한 항만 시설허가를 받아 선석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7.jpg
▲ 제주항 5부두 55번 선석에 계류한 선박들. 5부두는 화물선 전용 부도로 55번 선석에는 고철과 골재 등 각종 바지선이 정박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1.jpg
▲ 제주항 2,3,4,5부두의 배치도. 2,3부두는 여객선 전용부두, 4부두는 여객선과 화물선, 유조선이 함께 계류할 수 있다. 5부두는 화물선 전용부두다. 다만 여객선 전용인 3부두는 세월호 사태로 인천 뱃길이 끊기면서 현재 화물선이 선석을 사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화물선과 실습선 등은 매일 오후 4시 제주도가 주관하는 선석운영회의를 열어 자율적 협의를 통해 배정하고 협의가 안될 경우 제주도지사가 조정할 수 있죠.

제주항은 11개 부두에 25개 선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선석을 이용하는 선박은 여객선 14척, 연안여객선 9척, 관공선 18척 등 모두 41척에 이릅니다.

여객선은 2, 3부두와 4부두, 6~7부두 등으로 나눠져 있어 다소 복잡합니다. 완도로 가기 위해서는 선박에 따라 2부두와 6부두, 7부두를 이용해야 하고 목포도 4부두, 6부두로 나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무역항 항만시설 운영세칙에는 부두별 이용선박과 취급선박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2부두는 여객선, 5부두는 화물선 등으로 이용선박과 취급화물을 정하고 있죠. 

일부 부두는 여객선과 화물선 등이 공존하면서 더욱 헷갈리죠. 4부두는 유조선(유류, LPG)과 관공선, 화물선(비료, 잡화), 여객선이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6.jpg
▲ 여객선 전용인 제주항 3부두는 세월호 사태로 인천 뱃길이 끊기면서 현재 화물선이 31, 32번 선석을 사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jpg
여객선 부두인 3부두의 경우 세월호 사태로 인천 뱃길이 끊기면서 현재는 31~32번 선석을 여객선이 아닌 화물선이 운항에 나서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무역항 항만시설 운영세칙 별표 3호에 ‘부두별 이용선박·취급화물은 항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변경될 수도 있다’는 예외조항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4부두 역시 부산 뱃길 일시중단으로 45번 선석을 화물선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후 다른 선사가 재취항에 나섰지만 선석 확보가 어려워 7부두 71번 선석을 교차 사용중입니다.

(주)남해고속의 경우 선령 25년이 지난 제주~녹동 남해고속카훼리7호를 대신한 선박을 구했지만 2부두 24번 선석의 길이가 선박보다 짧아 대체 선석 확보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선사측은 3부두 32번 선석 사용을 제주도에 요구하고 있지만 이미 화물선 2척이 교차 사용중이어서 항로 중단 위기에 놓였습니다.

세월호 사태 이후 4년만에 항로 복원을 추진중인 제주~인천 항로도 선석이 고민거리입니다. 선사측은 4부두 44번과 6부두 62번 선석의 빈 시간을 활용하는 궁여지책을 내놨습니다.

4.jpg
▲ 제주항 7부두 옆에 위치한 해경부두는 공간이 협소하고 선석도 모자라 경비함정 3척이 샌드위치 형태로 선박을 계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3.jpg
▲ 제주항 4부두는 여객선과 화물선, 유조선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44번 선석은 제주~목포 산타루치노호와 제주~여수 한일골드스텔라호가 함께 교차로 이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는 사태 해결을 위해 관공선 일부를 서귀포항으로 돌렸습니다. 화물선의 경우 일부를 애월항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마저 선사측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현재 추진중인 제주외항 2단계 사업 전까지 이 같은 사태는 이어질 것 같습니다. 

제주도는 1783억원을 들여 10만t급 1개 선석과 화물부두(420m), 경비함 12척이 접안할 수 있는 해경 전용부두(997m)를 조성하는 제주외항 2단계 개발사업을 추진중입니다.

당초 2016년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했지만 이후 사업이 중단되면서 지금껏 착공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7월까지 타당성 재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예정대로 착공이 되더라도 일러야 2022년 제주외항 2단계 사업이 끝이 납니다. 그 전까지 제주항의 선석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육상교통 대란에 하늘 길도 붐비고 바닷길마저 선석 문제로 대혼잡을 빚으면서 이래저래 제주도민들은 원치 않은 교통지옥을 맛보고 있네요.

0.jpg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