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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순례 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 발간...4.3 전 과정, 국내외 학살터 찾아 시로 쓰다

시인 겸 극작가 김경훈 씨를 ‘문제적 시인’으로 부르는 건 그리 어색하지 않다. 

작품 활동 내내 제주4.3에 매진하는 외골수적인 면모나, 평소 4.3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극우·수구의 시각에서 4.3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보면 시인의 존재는 더더욱 문제되는 존재로서 '눈엣가시'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늘 처진 눈가, 구부정한 자세로 현장을 누비며, 고집스럽게 4.3 하나 만큼은 놓지 않는 끈기는 오늘 날 제주 작가들에게 많은 귀감이 된다.

그런 시인의 신작 시집 《까마귀가 전하는 말》(도서출판 각)이 최근 나왔다. 네 번째 4.3 시집이다. 책은 총 4부로 나눠 시 작품 93편을 실었다. ‘순례 시집’ 답게 4.3의 주요 순간을 작품화 했고, 4.3 유적지 역시 시로 풀어냈다. 

특히 전국 형무소와 국외 학살 장소를 순례한 기록도 함께 실었으며, 4.3과 관련한 주요 행사, 사건을 평가하는 시까지 모았다. 

구성만 봐도 책 하나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단번에 받을 수 있다. 4.3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4.3 사업과 결과물이 나오는 요즘, 김경훈의 새로운 시집은 많은 이들에게 주목할 만한 예술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계엄령
-1948년의 계엄령은 계엄법도 없이 행해졌다
김경훈


법 가진 자들이 
입법도 없이
자행한
저 
무법의 야만

자국민을 향한
대학살 기계장치의
그 
가늠쇠이자
방아쇠

피냄새를 향유하는
화약연기
그제야 견고해지는
국가의 법

4.3정신
김경훈

뭘 가지고 4.3정신이라고 하는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
어둠에서 빛으로?

자주독립과 해방통일이
4.3의 정신이다

무엇이 4.3의 전국화 세계화인가?

4.3의 전국화는
중앙정부에 의한 지방의 희생과
한반도의 통일의지를
전국에 전파하는 것이다

4.3의 세계화는
미국이 4.3에 관여한 죄상과
자국의 자주의지를
세계에 전염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빛이요 평화요 상생이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까마귀는 역사의 현장을 모두 지켜봤고 나는 그의 눈으로 풀어썼을 뿐이다. 순례의 마음으로 다닌 4.3의 현장에서 나는 ‘4.3의 봄’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며 소감을 밝혔다.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난 시인은 1992년 <통일문학통일예술> 창간호에 시 <분부사룀>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제주작가회의 겸 놀이패 한라산 회원으로 꾸준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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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훈 시인.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시집으로 《운동부족》, 《우아한 막창》, 《삼돌이네집》, 4.3 시집 《고운 아이 다 죽고》, 《눈물 밥 한숨 잉걸》, 《한라산의 겨울》, 강정 시편 《강정은 4.3이다》, 시사 시집 《그날 우리는 하늘을 보았다》 등이 있다. 

일본어판 4.3 시집도 펴냈으며, 마당극 대본집 《살짜기 옵서예》와 《소옥의 노래》를 썼다. 4.3 라디오 시나리오집 《10부작 한라산》과 산문집 《낭푼밥 공동체》도 그의 작품이다.

도서출판 각, 158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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