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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연구원이 구상한 제주 국가정원 계획안. 물영아리 오름 일대를 제주신화에 맞게 꾸민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가 추진하는 국가정원 조성 사업에 대해 지역 문화·예술 단체 (사)제주민예총이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국가정원의 주제를 제주 신화로 제시한 것은 “개발의 명분을 얻기 위해 제주 신화를 파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제주민예총 정책위원회(위원장 김동현, 민예총)는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제주 신화를 팔아먹는 제주국가정원 조성 사업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도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189-5번지 물영아리오름 일대에 국가정원을 만들기 위해 용역 작업 중이다. 앞서 리프트,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중국산 팬더 등을 키우는 최초 계획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1월 31일 수정 계획안이 발표됐다. 

'제주설화를 정원에 담다'는 방향에 맞춰 탄생과 영아기(삼승할망정원), 유년기(할락궁이정원), 청장년기(자청비정원), 중간계(서천꽃밭정원), 사후세계(강림치사정원) 등으로 꾸민다는 내용이다. 국가정원 사업 용역은 제주연구원이 맡았다.

민예총은 “국가정원에 대한 이러한 구상은 제주의 신화와 그것을 탄생시킨 대자연을 바라보는 제주도정의 빈곤한 철학을 여과 없이 증명해 주고 있다”며 “이미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물영아리오름은 인공의 때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천연의 가치를 지니는 곳이란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더욱이 물영아리오름을 마치 제주도신화의 메카로 둔갑시켜 국가정원을 빌미삼아 장소와 무관한 짜맞추기식 스토리텔링으로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이라고 국가정원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는 제주 신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이며, 개발의 명분을 얻기 위해 제주 신화를 파는 행위이다. 이미 우리는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통해 제주 ‘신화’ 없는 ‘신화역사공원’을 목격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민예총은 “제주에서 오랜 세월 신화가 전승돼온 이유는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가치를 제주 사람들의 삶의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제주도정은 신화를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는 무기쯤으로 여기고 있다. 신화를 비롯한 제주의 정신문화는 상당부분 소멸돼 사라졌다. 제주의 자연 또한 그 전철을 밟고 있다”고 사업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민예총은 “제주 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은 취소돼야 한다. 신화를 앞세워 개발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신이 사라진 곳에 인간 또한 살 수 없다. 제발 가만히 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 

제주 신화 팔아먹는 제주국가 정원 조성 사업 중단돼야
- 제주 인문자원에 대한 몰이해...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제주 정신 훼손

제주도가 추진하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189-5번지 물영아리오름 일대의 국가정원 구상은 환경적·인문학적 재앙을 일으키는 무모한 사업이다.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2차 중간 보고회 자료에 의하면 제주도는 물영아리오름을 “신화의 고장 제주도내 신령이 깃든 랜드마크”라고 찬탄하며 “전 세계 유일의 명소”로 “창조”하겠다는 장밋빛 구상을 꺼내들었다.

이러한 구상은 제주의 신화와 그것을 탄생시킨 대자연을 바라보는 제주도정의 빈곤한 철학을 여과 없이 증명해 주고 있다. 이미 람사르 습지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물영아리오름은 인공의 때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천연의 가치를 지니는 곳이란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더욱이 물영아리오름을 마치 제주도신화의 메카로 둔갑시켜 국가정원을 빌미삼아 장소와 무관한 짜맞추기식 스토리텔링으로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제주 신화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태도이며, 개발의 명분을 얻기 위해 제주 신화를 파는 행위이다. 이미 우리는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통해 제주 ‘신화’ 없는 ‘신화역사공원’을 목격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될 제주국가정원에는 ‘이공본풀이’, ‘삼승할망본풀이’, ‘세경본풀이’, ‘차사본풀이’를 테마로 삼아 ‘자청비정원, 할락궁이정원, 서천꽃밭정원, 강림차사정원, 삼승할망정원’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제주의 신화는 제주인들의 구체적 삶을 바탕으로 한 제주의 인문 자산이다. 물영아리 오름 일대인 서귀포시 남원읍 일대에는 지역의 신화와 민속이 풍부하게 산재해 있다. 지역의 자산은 외면한 채 그럴듯한 언어로 포장해 제주 신화를 상업화하려는 시도는 제주의 인문자산을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하는 행위이다. 

연구자들과 예술인들은 그동안 제주신화의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고 재해석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서 문화콘텐츠산업이 주목받게 되면서 행정은 돈이 된다는 이유로 제주 신화에 관심을 두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조차 종교적·문화적 가치보다는 산업적 가치가 우선이었다. 

제주에서 오랜 세월 신화가 전승되어온 이유는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가치를 제주 사람들의 삶의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제주도정은 신화를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는 무기쯤으로 여기고 있다. 신화를 비롯한 제주의 정신문화는 상당부분 소멸되어 사라졌다. 제주의 자연 또한 그 전철을 밟고 있다.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은 취소되어야한다. 제주국가정원 사업은 신화를 앞세워 개발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신이 사라진 곳에 인간 또한 살 수 없다. 제발 가만히 두라!

제주민예총 정책위원회(위원장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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