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지난 시간을 기억하시나요?”, “지난날을 추억하고 계신가요?” 얼핏 들으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기억과 추억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사전적인 의미도 다르다. 

국어사전에는 기억을 ‘과거의 것들을 머릿속에 새겨 두어 보존하는 것’이라고 하고, 추억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 이라고 정의한다. 기억이 세밀화라면 추억은 풍경화다. 세세한 것을 새겨두는 것이 기억이라면 멀리에서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추억이다. 

제주도는 많은 이들에게 풍경화의 공간, 즉 추억의 장소이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처음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첫 가족여행지로 제주를 마음에 담는 이들, 부모님보다 친구가 더 좋았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와 함께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수학여행의 장소로 기억하는 이들, 혹은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할 생각에 떨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떠난 사랑의 섬이 바로 제주이다. 모두에게 사랑의 시간으로 추억되는 곳, 그곳이 바로 제주다. 

한국인이 꼽는 아름다운 섬으로 제주도가 손꼽히는 이유는 아름다운 자연과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에도 있지만, 찬란한 한 때를 리마인드하는 추억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30년 전에 결혼한 이들에게 제주도는 인생 최고의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30년 전만해도 제주도는 최고의 신혼여행지였다. 많은 이들에게 달콤한 허니문의 순간이 제주도와 함께 마음에 각인되었다. 그들에게 제주도는 단순한 공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반짝이는 청춘, 찬란했던 사랑의 다른 이름이 된 제주를 기억하는 이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리마인드 웨딩을 위해서다. 

30여년의 세월을 지나 함께 모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부부가 다시 남은 시간을 함께 하자며 손을 잡을 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한 기억이 아니라 사랑의 추억’이다. 삶이 힘들 때 우리는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한다. 그 시간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일을 함께 하고 싶은 새로운 마음을 얻는다. 

두 사람 사이에 힘든 일이 있을 때 제주에 와서 옛 추억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든 오늘의 시간을 잊고 사랑을 회복하는 이들을 많이 본다. 끊어질 듯한 사랑의 끈을 튼튼하게 이어주는 것을 보면, 추억은 세상 무엇보다 힘이 센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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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서귀포시관광협의회장 장명선.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추억은 힘이 세다. 제주의 힘은 제주를 기억하는 많은 추억에서 나온다. 작년에 서귀포시 주관으로 신혼여행사진을 공모했는데 대단한 열기였다. 멋진 사진전을 열어 시상도 하고 행복한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힘센 추억 리마인드 웨딩을 적극적으로 관광 상품화함으로써 행복관광, 고품격관광, 호주머니가치관광을 향한 질적 변화를 이끌어내 보자. 20여년 전 <신혼은 아름다워>라는 방송프로를 보면서 사랑을 나누던 힘센 추억을 다시 한 번 돌이키고 나아가 세계인들의 허니문메카가 되어 커플티 입은 사랑의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행복섬 제주를 그려본다. / (사)서귀포시관광협의회장 장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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