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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생 제주 이주민 김무현 씨. ⓒ제주의소리
[무술년, 개띠 제주도민 새해 소망] (5) 2009년 제주 이주 김무현 씨 “제주가 정말 정말 좋다”

“새해 희망이요? 딱히 없네요”

1970년생 ‘개띠’ 김무현 씨는 새해 무술년(戊戌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어진 임무를 열심히 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지극히 모범적인 대답을 내놨다.

지난 4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자택에서 김 씨를 만났다. 무덤덤하게 말했어도 제주도민으로 살아온 지난 9년의 삶은 새로운 활력을 안겨준 소중한 시간이다. 

“2009년 정착하기 전까지 제주에 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인들의 소개로 (제주 이주를 권유받아) 내려왔다. 남원읍 수망리 역시 전혀 모르는 곳이었지만 추천으로 정착했다”면서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일을 하며 계속 도시 생활을 했다. 복잡한 도시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조용하고 공기 좋은 제주에 살아보니 정말 좋다”고 했다.

김 씨의 제주 이주는 넉넉한 형편에 보란 듯이 여유를 즐기는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집 한 채와 자가용, 그리고 아침·저녁 출퇴근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자신이 업으로 삼은 건축 기술자로 계속 일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는 “내가 도시에서 경험한 건축 현장 방식과 제주도는 제법 다르더라. 비용부터 공정, 자재 사용까지 상당부분 달라 나름대로 느끼고 배운 점이 많다. 무엇보다 이동거리도 적고 시간 낭비도 줄어들어 제주가 삶의 질이 훨씬 높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특히 컨테이너 생활을 마다하지 않으며 손수 지은 집은 제주 이주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드릴로도 벽이 쉽게 뚫리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지었다”는 말 속에 나름의 자부심과 뿌듯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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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지은 집과 가족 사진을 자랑하는 김 씨. ⓒ제주의소리

다소 덤덤한 새해 희망을 밝혔지만,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사정 상 아내와 자녀들은 여전히 인천에 거주하고 있다. 함께 내려온 부모님 가운데 아버지는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덕분에 평일은 회사일, 주말은 병 간호로 쉴 틈 없다.

그럼에도 “제주는 내가 도전할 수 있게 만든 소중한 곳이다. 지금도 제주가 정말 정말 좋다.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좋은 여건을 갖추게 되리라 믿는다. 제주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아버지가 건강을 다시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가슴 깊숙한 바람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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