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52) 75세 이상에게 항암제 효과 낮아

최근 10년간 암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발전해왔다. 그러나 암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약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암 연구가 정체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1980년대는 간암 또는 대장암등의 소화기계의 암에 효과가 있는 치료약은 거의 없었다. 1990년대 초반에 백혈병 등에 극적인 효과가 있는 약이 개발되고 있었지만, 이 때까지 기타 고형(固形)암을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는 항암제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 위암이나 대장암 등이 상당히 진행된 단계(stage)에서도 치료 효과를 내는 약이 개발되었다. 이른바 '표적항암제'라는 것이 등장하였고, 그 후 진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렇게 치료법은 진보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정을 복잡하게 하는 것은 암 자체가 다양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폐암이며, 진행 단계가 같은 환자 사이에서도 암세포의 조직 구성이 다른 세포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집단속에는 ‘여왕봉’같은 간(幹)세포가 있는데, 이 세포에는 보통의 항암제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 종래의 치료법과는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과거에는 암세포만을 연구하면 새로운 진단방법이나 치료법이 생기게 되어 언젠가는 암이 극복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상식이 뒤엎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암조직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간질(間質)세포, 암세포 주변의 면역세포 그리고 암세포와는 떨어져 있는 장기(臟器) 등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서서히 알려지고 있다.

근래 수년간 DNA가 가진 유전정보인 게놈(genome)을 쉽게 해석하게 되었고,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이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암은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세포에 상처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상처는 편식, 과음, 흡연등 일상생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게놈해석이 진보됨에 따라 이 상처의 원인도 분석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암 연구의 진보에 따라서 암의 다양성, 복잡성이 점점 밝혀지면서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 라이프 스테이지(life stage, 생존단계)별로 의료를 어떻게 실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암세포의 상태가 하나 하나 서로 다르고, 환자의 체질이나 병력(病歷)도 다르므로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 청년, 고령자를 라이프 스테이지별로 나누어서 각 스테이지에 속하는 사람들의 건강상태, 사회적상황, 여명(餘命) 등을 고려해 암 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일본국립암센터에서 지난 4월 '고령자의 암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보고'를 발표했다. 

대상으로 한 암은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 등이다. 75세 이상 항암제 치료를 했던 그룹, 항암제 치료를 하지 않은 그룹과 75세 미만 항암제 치료그룹, 항암제 미치료그룹으로 나눠, 항암제 치료 여부와 생존 기간을 비교했다. 폐암 이외는 항암제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생존기간에 차이가 없었다. 다만 폐암의 경우만은 75세 미만에서 항암제로 치료한 그룹이 생존기간이 다소 길었다. 그러나 75세 이상은 생존기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결과로부터 75세 이상의 암환자에게는 항암제의 효과가 낮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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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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