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詩 한 편> (23) 호모 텔레포니쿠스- 페이스북 / 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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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미

목련꽃 지는 소리도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좋아요’ 손가락들이 당신을 콕 찌르면 옆 사람을 외면하고 페이스북에 들어간다 가깝고도 먼 거리에 엄마가 앉아 있다 엄마를 차단하고 페친과 공유하기, 스마트폰 속 엄마 영상에 눈물을 흘려보기, 당신을 기웃거리던 누군가가 친구 신청한다, 인류가 더 진화한다면 엄지손가락만 커질 것이다

폰 쥐고 잠든 당신은 내게
알 수도 있는 사람

-박성민, [호모 텔레포니쿠스- 페이스북] 전문-

저녁마다 아이들과 스마트폰 전쟁을 한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돌아오면 저마다 제 방에 틀어박혀 나올 줄 모른다. 뭘 하고 있나 가만히 방문을 열면 모두들 핸드폰을 들여다보느라 엄마가 방문을 열고 있는 줄도 모른다.

아들은 게임을 하고, 딸은 카톡에 빠져 있다. 유튜브를 보거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른다. 아이들은 핸드폰 시작한 지 10분밖에 안되었다는데, 실제로는 30여분이 지났다.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하면 엄마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다들 핸드폰 내 놔!’

세상에서 가장 느린 속력으로 핸드폰을 가져오는 아이들의 얼굴은 불만으로 터질 듯하다. 그렇게 매일 당하는 ‘핸압’의 순간이다. 부모나 선생님한테 핸드폰을 압수당하는 걸 줄여서 ‘핸압’이란다. 그 단어를 듣는 순간 혹시 영어단어인가 했다. 아들에게서 제대로운 설명을 들었을 때, 나 말고도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아이들한테서 핸드폰을 압수하는구나 하는 안도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우스운 일이다. 그 안도감에는, 나만 이렇게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몰상식한 엄마는 아니었구나 하는 감정과, 우리 아이만 핸드폰에 빠져 사는 건 아니구나 하는 감정, 그런 데서 오는 일종의 동질감 같은 거랄까. 단어 하나에 이렇게 복잡한 감정이 들다니...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책상의 반경 안에서 모든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다가는 머리와 팔만 긴 인간으로 진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정말로 우리는 ‘엄지손가락만 커’진 모습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게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엄마는 늘 ‘가깝고도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이고, 새로운 문명에 먼저 다가가 향유하는 건 우리 아이들, 새로운 세대다. 따지고 보면 책이라는 문물이 맨 처음 개발되었을 때에도 지금의 핸드폰과 같은 취급을 받지 않았다고 누가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핸드폰의 폐해를 모두 긍정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이 걱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 우리들에게 그 능력은 항상 충분하다. 오히려 그 선을 넘어 인간에게 유익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인류를 여기까지 끌어오게 한 원동력인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호모텔레포니쿠스인 것이다. / 김연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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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미 시인은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출신이다. 『연인』으로 등단했고 시집 『바다 쪽으로 피는 꽃』을 펴냈다. 2010년 제2회 역동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젊은시조문학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표선면 가마리에서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제주의소리>에서 ‘어리숙한 농부의 농사일기’ 연재를 통해 초보 농부의 일상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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