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소방서 예방기획담당 김승하

얼마 전 제주시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노부부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는데 만일 최소한의 소방시설이라도 있었더라면 귀중한 목숨은 잃지 않았을 거라는 안타까운 보도도 뒤를 이었다.

사실 일반 주택에도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신설된지 꽤 오래다. 지난 2012년 2월 5일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법률이 개정되면서부터 신규 주택은 건축허가 또는 신고 시 의무적으로, 기존 주택은 5년간 유예 기간을 두어 2017년 2월 4일까지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천장에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5년간 유예기간이 지난 지금에도 기존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한 곳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이 앞장서서 지역의 자율단체 협조하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실정이다.

또한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제주의 청정과 공존의 핵심가치인 제주 미래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계획에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이기를 목표로 담아 올해 안으로 사회적 취약계층 전 주택에 대하여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 하에 지방예산을 증액 반영하였다.

이에 따라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 수급자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의 경우는 조속한 시일 내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지원이 되지 않는 일반가정이다. 도의 여건상 전 가구에 대해 지원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정에서는 안전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시설을 자율적으로 설치하여야 하겠다.

소화기 1개는 소방차 서너대와 맞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소화기가 화재 초기에 막강한 진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사람이 깊은 잠이 들었을 때도 스스로 연기를 감지하여 경보음을 냄으로써 화재 사실을 알려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 한 예로 지난 10월 제주시 한 가정에서 약초 물을 끌이다 잊어버리고 안방에서 TV를 시청하던 중 주전기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를 단독경보형기가 인지하여 작동함으로써 대형화재를 막았던 일이 있었다. 이 외에도 그 동안 주택용 소방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가정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였으나 신속한 대피가 이루어져 단 한건의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관서에서는 위와 같은 사례들을 적극 홍보하고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사항임을 대대적으로 도민들에게 알리고 있으나 도민의 입장에서는 무언가를 설치한다는 부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반적으로 소방시설을 설치한다고 하면 많은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어렵지 않다. 소화기는 거실이나 주방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하면 되고, 단독경보형감지기는 드라이버 하나로 천장에 간편하게 부착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소방시설 업체 등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최근에 출시되는 단독경보형감지기의 경우 가격도 저렴하고 감지기에 내장된 배터리 수명이 10년 정도로 배터리 교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

화재로 인한 대부분의 피해는 주택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나의 소중한 가족, 혹은 평생을 받쳐 힘들게 이루어낸 나의 재산을 순식간에 잃는다는 생각은 그 누구에게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근본적으로 주택화재는 예방이 최선이겠지만 부득이하게 화재가 발생했다면 신속한 대응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주택화재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민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noname01.jpg
▲ 제주소방서 예방기획담당 김승하.
그리고 최근에는 부모님과 이웃, 친지들에게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자신의 마음뿐만 아니라 이에 더해 안전 또한 선물하는 셈이니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을까 싶다. 이렇듯 다양한 방법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결국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효과가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화재발생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주택에 설치가 될 수 있도록 도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당부 드리며‘우리 집 소화기 1개, 경보기 1개는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9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 제주소방서 예방기획담당 김승하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