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넷' 난상토론회...성산대책위 강원보 집행위원장 “원희룡 지사 소통 대신 고립전략”

제주 제2공항 입지가 부당하게 선정됐다며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2년 동안 싸워온 강원보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그는 투쟁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제주지역 언론과 제주도정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주민들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언론과 도정은 주민 목소리를 외면했기에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17일 제주대 교수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더 나은 제주사회를 위한 진교넷(진실과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 난상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석했다. 비록 15분밖에 주어지지 않지만, 그는 2015년 11월 10일 국토부의 일방적인 입지 선정 발표 순간부터, 제주도와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에 합의한 올해 11월13일까지 지난 2년의 소회를 담담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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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보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제주의소리
강 위원장은 “입지 선정 발표 순간을 기억해보면 갑자기 마을에 공항이 들어온다 해서 깜짝 놀랐다. 농지를 빼앗기는 농민 심정과는 반대로 ‘지역 최대의 개발사업’이라고 기뻐한 모 농협 조합장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2015년 11월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처음부터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왜 주민 동의도 없이 결정했냐’는 일반적인 의구심만 가졌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제2공항으로 인해 500년에서 길게는 1000년까지 이어온 마을 역사가 한 순간에 사라질 위기였다. 이에 온평리, 신산리, 수산리, 난산리 네 개 마을은 각각 비상대책위를 일제히 꾸리는데, 자신도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다.

그 중에서도 난산리 출신 김경배 씨는 생업까지 포기하고 6개월간 정부 부처와 제주도청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김 씨는 40일 가까이 제주도청 앞 천막에서 단식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대책위가 꾸려지고 촛불집회도 여러 번 했지만 사업 발표 초창기만 해도 도민사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특히 (상당수 지역) 언론과 제주도정은 제2공항이 완성돼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를 마치 광풍처럼 조성했다. 그들의 스피커에 주민은 없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어느 것보다 중차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제주도정에게) 주민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난상토론회 또다른 주제발표자인 이지현 씨(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강사)는 도내 일간지 제민일보, 한라일보에 실린 제2공항, 오라관광단지 관련 기사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두 일간지의 경우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긍정적 보도가 53.6%를 차지했으나, 중립적 보도는 34.5%, 부정적 보도는 11.9%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지역언론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점과 그 사업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에만 주목했다"며 "오히려 목소리가 큰 이해관계 집단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따라가는 수준에 그쳤다. 지역언론은 중앙언론과 달리 지역성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 특성과 지역민의 피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계란으로 바위 치자’는 심정으로 투쟁의 강도를 높였다는 강 위원장은 ▲왜 지역 갈등을 조장하냐 ▲나라에서 하는 일을 왜 막느냐 ▲외부세력과 함께 하지 마라는 등의 시선이 자신들을 가장 괴롭혔다고 토로했다.

특히 제주도정에 대해서는 “소통을 한다고 했지만, 제2공항을 기정사실화하고 사후 대책에 대해서만 소통했다. 입지 선정까지 원점에서 소통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지사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반대하는 우리를 직접 만나려 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원 지사가 대책위원회에 연락해 온평·신산·수산·난산 4개 마을 대책위원회와 마주해서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며 “원 지사 스스로 ‘24시간 소통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우리 같은 피해 주민이 아닌 성산지역 오피니언 리더 같은 사람을 만나 우리를 ‘14분의 4’(성산읍 14개 마을 가운데 4곳)로 고립시키는 전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국토부와 적극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등 소통이란 명목 뒤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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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제주대 교수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더 나은 제주사회를 위한 진교넷(진실과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 난상토론회’ ⓒ제주의소리

강 위원장에 따르면 지역언론, 제주도가 외면한 자리를 대신해 함께 해준 건,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이었다. 특히 강정마을 주민에 대해서는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싸워줘서 힘이 됐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강 위원장은 “제2공항이 박근혜 정권에서 시행된 사업이라 그런지, 더욱 석연치 않은 입지선정으로 여겨진다.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야당 도지사라 그런지 추진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제는 다수의 도민들이 제2공항이 지금 위치에 들어와도 괜찮은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여론이 바뀌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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