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 정체성 세울 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전시관, 정상 추진 돼야 /
박철수 제주도정70년사 편집위원
                                                               
진정한 지방자치는 중앙 중심적 역사관에서 벗어나 우리 삶을 보여주는 지방사가 정리될 때 정착된다고 한다. 이는 자치제도에 앞서 향토문화를 알고 정체성을 지니는 것이 우선됨을 교훈한다. 그래서 민선 도정이 시작되면서부터 자존을 내세우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제주발전연구원을 중심으로 제주인의 정체성을 찾는 연구가 현 도정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자원이 동원되었건만 실체적인 성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1105년 탐라국이 멸망하고 고려의 변방으로 자주권이 사라진 제주도는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의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이어지면서 한(恨)과 설움의 역사가 시작된다. 유배지, 원악도로 관리가 부임을 기피하는가 하면 조선조중엽 200여 년 동안 출륙금지령이 내려져 제주도민은 창살 없는 감옥 같은 곳에서 세월을 보내야 했다. 

때론 선정을 베푼 관리도 있었고 고려 합병 초기에는 민의를 수렴하여 도민이 원하는 목사를 재임명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열악한 생활환경이 독특한 향토문화를 만들어 내어 1980년대 초에는 제주도의 ‘삼무’ 정신이 중앙에서도 본받을 일이라면서 문화전승 사업으로 한창 떠오르기까지 하더니 흐지부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제주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자존을 키워가는 구현사업이 바로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설문대할망전시관 건립 사업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제주도의 독특한 신화·역사·민속자료들을 제주도민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전시함으로서, 향토문화의 가치를 키우고 교육하는 산실이 되도록 기획되었다. 

이 사업은 지난 1999년 1월 19일 당시 탐라목석원 백운철 원장과 故 신철주 북제주군수가 ‘민·관’ 협약을 체결하여 추진하게 되었고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승계하였다. 협약에 따라 민은 돌 자원과 민속자료 2만1000여점을 제주도에 기증하였고, 관은 2020년까지 1852억원을 투자하는 돌문화공원조성계획을 확정하여 올해 11월까지 약 57%가 추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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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돌문화공원 전경. 사진=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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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돌문화공원 전경. 사진=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 ⓒ제주의소리

2006년에는 당시 문화관광부에서 돌문화공원은 민·관 공동작업을 통해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돌을 신화와 연관시켜 제주도민의 삶을 특색 있게 표현한 공원으로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2011년에는 설문대할망전시관건립을 위해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예비타당성을 조사를 한 결과, 수익성은 없으나 문화유산시설사업으로 그 가치가 충분함을 들어 타당성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전시관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거치는 동안 수익성에 매몰되어 규모와 예산이 당초보다 약 30% 줄어 건물이 갖는 상징성은 물론 전시프로그램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 설문대할망전시관은 909억원에 지상과 지하 각 2개 층의 2만4000㎡ 규모로 지난해 4월 착공하여 현재 20% 정도 진척되었다.

이 사업의 발원 취지인 향토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며, 정체성을 확립하는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시설로 마무리되려면 아직도 현안들이 남아있다. 완공시점인 2019년 말까지는 풀어야할 과제들이다.

첫째, 제주의 향토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메카가 되도록 당초 기획된 신화·역사·민속 전시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신화관에 신화전시 예산이 없다. 설문대할망 이야기 속에 담긴 제주사람들의 창조 정신과 신화로 제주인들의 삶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민·관 합동 전시연출기획 TF팀을 운영하여야 한다. 그동안의 공원조성사업 진행과정을 보면 행정과 예술인의 보는 관점의 차이로 민·관간에 많은 이견과 갈등이 있어왔다. 이를 극복하고 짧은 기간에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공원조성사업의 기획은 민간이 주관하게 된 점을 헤아려 민간이 주도하는 민·관합동 전시기획 TF팀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여야 한다.  

셋째, 사업과정에 일어나는 현안은 자체에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원조성사업 민·관 협약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협약된 공원조성사업의 완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협약당사자간 의견을 존중하여 자체에서 매듭이 순조롭게 풀렸으면 한다. 
 
넷째, 돌문화공원은 예술작품으로 지켜지는 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전시물들은 디자인 그 자체가 작품으로 원형이 보존될 때 그 가치도 지속된다고 본다. 협약 기간이 끝나고 협약당사자가 떠난 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섯째, 제주도 차원의 전시관 운영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하다. 설문대할망전시관의 전시규모와 범위를 놓고 볼 때 돌문화공원관리소가 전담하기는 너무 벅차다. 따라서 제주도와 관련학계와 연구소 등의 지원과 협찬이 필요하다. 협약상의 돌문화공원조성계획에도 관련연구소를 설치하게 되어있으므로 제주인의 정체성확립에 기여하기 위해 출범한 제주학연구센터와 함께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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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문대할망전시관 조감도. 사진=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 ⓒ제주의소리

제주개발사 측면에서 보면 현 도정이 출범한 이후 돌문화공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전과 다르게 진전되고 있어 향토문화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고취되고 있다. 원 도정이 지향하는 문화의 가치를 키우는 도정의 성과가 돌문화공원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10년이 넘었다. 당초 취지처럼 자치 행정을 능률적으로 잘 하려기보다는 비난만 점증하는 것 같다. 권한이양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라고 제도나 남 탓만 하는가 하면 민주성이 부족하다면서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려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양된 권한이 적지 않은데 그 동안 수임된 권한으로 지역과 국가발전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 자치역량은 있는지를 냉철하게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현행제도에서도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만드는 것 이상의 민주성을 높이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제도나 틀을 바꾸어 정치세력을 양산하기 보다는 제주도민의 자존과 제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된다. 지방사 연구와 교육을 통해 역사의 주체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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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수 위원. ⓒ제주의소리
최근 들어 강조되는 지방분권화 과정에 '특별하지 않은 특별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방자치의 백미인 재정 분권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8:2에서 6:4로 확대하고, 제주도를 자치 분권 시범도시로 만든다는 보도에 옛 탐라국에 버금가는 제주도가 되는 설렘과 희망을 가져본다. / 박철수 제주도정70년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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