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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전경. 오른쪽 학교 본관이 보이고 사진 가운데 보이는 숲 뒤로 마을포제를 지내던 속칭 '돌동산'이 있다. 돌동산 왼쪽으로는 광령초 병설유치원이 자리하고 있다.

광령초 체육관 건립 장소 놓고 주민들간 ‘이견’…옛 마을제단 '돌동산' 보존 놓고 팽팽 

제주시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다목적체육관 건립 사업을 놓고 마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던 제단이 있던 속칭 ‘돌동산’을 체육관 부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측과 제단이 있던 장소는 보존하고 이를 피해 체육관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급기야 교육 당국에 진정서까지 제출됐다. 

제주시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모씨 등 주민 133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가 접수됐다. 진정서는 이튿날인 11일 시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간 상태. “아이들에게 유익한 녹지공간과 광령마을의 유서 깊은 장소가 체육관 공사로 사라지는 것이 올바른지 깊이 생각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광령초가 건립하려는 다목적체육관은 연면적 1400여㎡, 4층 높이로, 1층에는 식당과 병설유치원, 2층에는 체육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예산은 39억원 규모다.

광령초 체육관 설립은 마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지난 2014년부터 주민들 자체적으로 광령초 체육관 설립 추진위원회를 꾸렸고, 직접 교육당국 및 도의원 등과 접촉하면서 체육관 설립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결국 교육부가 광령초 요구를 받아들여 2015년부터 2차례에 걸쳐 일부 예산을 내려 보냈다. 도교육청도 특별회계 등을 통해 체육관 설립 부지로 주민들이 요구한 광령초 인접 토지를 매입하고, 예산 부족분을 올해 1회 추경에 반영했다.

당초 추진위는 광령1·2·3리와 고성1·2리 이장, 광령1·2·3리 개발위원장, 노인회장, 광령초 전현직 총동창회장, 전현직 학교운영위원장, 학부모회장, 광령초 교장 등 15명으로 구성됐고, 지금은 17명으로 늘었다.

논란은 체육관 건립 토지까지 확보됐지만, 체육관 건립으로 마을제사를 모시던 ‘포제단’이 있던 속칭 ‘돌동산’과 인근 녹지가 사라지는 것에 일부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민간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돌동산은 학교부지 내에 있다. 

교육청이 매입한 체육관 부지와 맞닿아 있는 약 200㎡의 '돌동산'이 과거 광령리 주민들이 마을 포제를 지냈던 장소여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추진위 측은 추진위원들의 다수 의견은 체육관 안정성, 토지이용 효율성 등을 고려해 ‘돌동산’도 체육관 부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을포제단은 이미 다른 곳에 옮겨 수십년 제사를 모시고 있어 돌동산을 없애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 광령초 다목적 체육관이 건립될 예정인 가운데, 옛 마을포제를 지내던 속칭 '돌동산'이 체육관 건립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간 이견이 맞서고 있다. 돌동산을 부지내에서 제외해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추진위 계획대로 부지내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은 광령초 본관 건물에 인접한 속칭 '돌동산' 전경. ⓒ제주의소리

포제(酺祭)는 제주인들이 마을의 안녕과 풍농 등을 기원하며 지내는 제사다. 

실제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꼽히는 4.3 당시 해안가로 피신했던 광령 주민들이 마을에 돌아왔을 때 원래 포제를 지내던 곳이 훼손돼 있자 3~4년 정도 바로 이 ‘돌동산’에서 포제를 지냈다고 주민들은 기억했다.

이후 주민들은 돌동산에 있던 포제단 등 신성함이 깃들었다고 판단되는 주요 돌들을 제주관광대학교 인근으로 옮겼다. 이후 광령 주민들은 관광대 인근에서 현재까지 40년 넘게 포제를 지내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주민들 사이에서 이견이 나오자 당초 추진위가 요구한 돌동산과 새로 확보한 토지 양쪽에 걸쳐진 체육관 건립 위치가 아닌, 체육관 부지로 확보한 토지 내에만 체육관을 건립하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마을의 유서가 깃든 돌동산과 인근 녹지를 그대로 보존하고, 체육관 부지로 새로 매입한 토지에만 체육관을 짓자는 제안이다. 

추진위 측은 교육청 제안에 따라 전문가를 섭외해 현장 답사와 주민설명회, 학부모 상대 설명회 등을 가진 결과, 체육관 접근성, 학생들의 안전 등을 이유로 대다수의 학부모·주민들이 포제를 지냈던 돌동산을 체육관 부지에 포함시키는 내용에 동의했다고 교육 당국에 공문으로 알려왔다.

이같은 추진위 공문이 접수되자 시교육지원청은 광령초 다목적체육관 실시 설계를 지난 9월 발주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근 추진위원인 문씨 등 주민 133명의 진정서가 제출됨에 따라 다시 주민 의견 수렴 여부 등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 추진위가 마을제단이 있던 속칭 '돌동산'을 체육관 부지에 포함하는 1안. 이미지는 실제 지적도와 다를 수 있음. ⓒ제주의소리
▲ 제주도교육청이 마을제단이 있었던 속칭 '돌동산'을 보존한 상태에서 체육관 부지로 매입한 토지 내에 건립을 제안한 2안. 이미지는 실제 지적도와 다를 수 있음. ⓒ제주의소리

광령초 체육관 설립 추진위원 A씨는 <제주의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돌동산을 보존하고 체육관 건립하면 체육관을 오가는 길이 평평하지 못해 어린 아이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그리고 돌동산 부지에 체육관을 지어야 광령초 본관과도 통로도 연결할 수 있다. 아이들 안전상 토지효율상 돌동산을 체육관 부지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추진위원 B씨는 “돌동산에 있는 나무들도 학교 안으로 옮겨 심을 계획이고, 생태 연못 등도 조성하려고 한다. 마을 전체의 이익을 따졌을 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돌동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진정서를 제출한 문씨는 “포제 장소를 몇 차례 옮긴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보존된 곳은 현재 마을제사를 지내는 관광대 인근의 포제단과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광령초 내 돌동산 뿐”이라며 “특히 교육청에서 매입한 체육관 부지 내에 충분히 지을 수 있는데, 오래된 나무들과 마을제단이 있던 돌동산을 없애고 그 위에 체육관을 지으려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C씨도 “마을 어르신들이 중심이 된 추진위에서 돌동산 위에다 학교체육관을 지으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의아해 하고 있다.”며 “포제단 장소는 그 자체로 보존 가능하면 보존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관계자는 “학교 체육관은 마을 공공시설과 같기 때문에 주민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미 예산이 확보됐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라도 체육관은 설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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