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봉사단(단장 강상철)이 지난 달 ‘2017 국제개발협력사업’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Uganda)에서 ‘평화의 씨앗 나누기’ 봉사활동을 벌였다. 지난 8월 20일부터 8월 30일까지 10박 11일에 걸쳐 쿠미(Kumi) 은예로(Nyero) 지역에서 12명 단원이 ‘쿠미와 제주, 하나 되는 평화 캠프’라는 주제로 활동했다. 제주특별자치도 평화대외협력과 주최, 제주평화봉사단 주관으로 이루어진 이번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t, ODA) 사업의 일환으로 전쟁과 재난․재해 발생국가,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제주 평화의 섬 이미지를 제고하고 지구촌 평화 증진을 위한 실천사업이다. 우간다 쿠미에 ODA 사업을 통해 새 희망을 심고 평화 증진 활동에 함께 참여한 양영길 시인의 글을 10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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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그늘 야외교실에 모여 앉은 은게로초등학교 아이들이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 이같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반영하듯 초등학교 졸업율이 우간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52% 수준에 그치고, 쿠미 지역은 그에 훨씬 못미친 30% 수준이라고 했다. 현지 조이 팀장은 "지금은 가난한 나라이지만 결코 불쌍하게 보지"말라고 당부했다. "미래 우리들의 좋은 파트너"라면서 말이다. / 사진 = 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양영길 시인의 우간다 이야기](4) 우간다 초등학교 졸업 52%, 쿠미지역 30%에 불과 

우간다 교육의 학제는 초등교육 7년, 중등교육 6년(저학년 4년, 고학년 2년)이었다. 초등교육은 의무교육이지만 정부 지원이 많이 부족했다. 20여 년 전부터 한 가정에서 4명의 자녀까지 무상교육이 시행되고 있으나 교육 시설 미비 등 교육환경이 열악하고, 도농(都農)간 지역 간 격차가 심하다고 했다. 무상교육에 따른 입학 학생 증가가 시설 부족, 교사 부족, 책상 부족 등 교육환경을 더 열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많은 학교가 운동장의 나무그늘을 교실삼아 수업을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교실에서도 책상이 없어 바닥에 앉은 아이들도 있으며, 교과서가 부족하여 하나의 교과서로 여럿이 함께 보기도 한다고 조이 팀장은 안타까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초등학교 졸업률이 전국 평균 52%인데, 쿠미지역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30%를 약간 웃도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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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간다 현지에서 봉사단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 조이 팀장. 그녀는 7년 전부터 우간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쿠미 CDP는 ‘적절한 아이디어’와 ‘인적 물적 지원’으로 ‘다른 공동체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공동체 모델’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CLF(교회, 지역리더, 가정)가 함께 성장하여 아이들의 잠재력을 개발하여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VOC(Vision of Community)를 이루는 것이 목표였다. 그 중심에는 이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것이 자립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조이는 “아이들을 불쌍하게 보지 말아 달라.”고 우리 단원들에게 당부했다. “가능성을 찾아 미래의 좋은 파트너로서 인식해 달라.”는 것이었다. 

해피홈스쿨에서는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 개발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동 재능 개발과 인권 보호 프로그램으로 ‘스포츠 리그’를 개최하기도 하고, ‘Book 캠프’, ‘여자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각종 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다. 미취학 아동을 비율을 최대한 줄이고 상급학교 입학률을 높이는 길만이 쿠미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국가고시 1등급 아동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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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평화봉사단 고향심 단원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CPR 소품으로 흉부압박에 대하여 설명하는 모습. 이날 교육에는 쿠미 지역 초등학교 22개 학교의 교장과 교사 각 1명 등 총 40여 명 교사들이 참여해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했다. / 사진 = 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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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환경 꾸미기 수업으로 종이접기 실습에 참여하며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듯 천친난만한 표정으로 색종이 놀이를 하는 교사들 / 사진 = 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우리 봉사단 프로그램에서도 쿠미지역 22개 학교 교장, 교사 각 1명씩, 총 40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과 ‘교실환경 꾸미기 실습’을 24일 오전 오후로 나눠 하루 종일 진행했다.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호응도 좋았다. 심폐소생술 실습 시 인공호흡을 위한 마우스 대 마우스 장면에서는 모두 웃음을 터트리고 박수를 치면서 순진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모두 한 차례 이상 CPR 소품을 가지고 흉부압박과 인공호흡 실습을 했다. 교실환경 꾸미기 실습으로 색종이 접기를 했는데 꽃을 만들어 머리에 꽂아 보기도 하고 색종이 목걸이를 만들어 걸어보기도 하는 동안 어린이들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에 의해 쿠미지역 학교 교육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단원들도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았다. 

작은 것에 감동하는 교사들 순진무구한 아이들 닮아  

25일 오후, 아포로우콜 기념 중등학교의 교실과 급식소 공사 상황을 잠깐 살피고만 온다고 하여 나는 행사용 사진 출력을 담당하기로 하고 베이스캠프에 혼자 남았다. 군수와 선물을 주고받은 사진을 비롯해서 교육장, 보건소 등의 사진과 각급 학교 교장단과 교사들이 함께 한 심폐소생술 교육풍경, 또 교실환경 개선을 위한 종이접기 등에 대한 사진들이 꽤 재미있게 찍혀 있었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리액션으로 호응하며 맘껏 웃는 얼굴들이 순진무구한 아이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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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미지역 22개 초등학교 교장과 교사 등 40여명의 선생님들이 이날 교육을 도운 제주평화봉사단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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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미 지역 22개 초등학교에서 참여한 교사들과 봉사단이 ‘심폐소생술 교육’과 ‘교실환경 꾸미기 실습’을 모두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양영길 시인 ⓒ제주의소리

늦은 3시가 좀 지나 내리기 시작한 비는 천둥소리를 동반하고 집중호우 수준으로 내렸다. 베이스캠프에 혼자 남아 사진 출력을 마친 나는 홈스테이를 걱정했다. 비속에서 홈스테이 가족과 집이 궁금했다. 전통초가집이라고는 들었으나, 전날 낮에 촬영했던 초가와 비슷한 지 아니면 또 다른 초가집이 있는지 궁금했다. 

비는 더 크게 내려 해피홈스쿨 사무실 현관 앞 깨진 빗물받이 사이로 작은 폭포처럼 쏟아졌고 마당은 물바다를 이루었다. 빗소리 속에 걱정이 앞섰다. 학교를 오가며 보았던 도로가 비포장 좁은 도로인데 물웅덩이 같은 것이 많은 길이어서 차가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되었다. 
그러나 걱정은 걱정일 뿐, 어떤 대책을 논의할 사람도 방법도 없었다. 발만 동동 굴릴 뿐이었다. 5시가 좀 지나 비가 개었지만 금방 온다던 일행들은 소식이 없었다. 잠깐 캠프 밖 도로로 나갔다. 

도로 양쪽은 흙탕물이 넘칠 듯이 흘렀다. 왜? 이곳 사람들은 이 물을 가두려고 하지 않을까? 건기에는 농사도 안 된다면서 우기에 물을 저수해 두었다가 사용하면 좋을 텐데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슬레이트나 함석집에서는 빗물을 받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빗물 통이 없이 그냥 흘려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관공서가 아니면 전기가 없다시피 하고, 동력이라면 오토바이 정도였기 때문에 저수지를 만들어 물을 모아놓는다 해도 전기가 없으니 물을 퍼 올릴 수 없기 때문일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봉사단원들은 거의 저물녘에야 도착했다. 늦게 도착한 버스는 흙탕물을 뒤집어쓰긴 했으나, 그쪽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멀지 않은 곳인데도 강우량이 차이가 있었다. 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바로 오려고 했는데 페인트칠이 완성되어 학생과 지역주민들이 행사를 마련해서 그냥 올 수 없었다고 했다. 

시(詩)
가위질이 서툰 선생님  / 양영길


우간다 쿠미 선생님들이 
알록달록 색종이를 가위로 자른다.
서툴게 비틀비틀 자르며
마음대로 안 된다고 웃는다. 
서로 보며 웃는다.

색종이로 꽃을 만든다.
우선 자기 머리에 꽂아
거울을 보고 옆 짝에게도 꽂아 준다.

색종이로 하트를 만든다.
세상의 아이들을 향해 
하트를 날린다. 
뿅~ 뿅~ 하트를 날린다.

가위질이 서툰 선생님들이 
색종이 사슬을 만든다. 
일단 옆 짝과 목에 걸어 엮어 본다.

만들고 만들어 서로를 엮고 잇는다.
엮고 엮어 길고 길게 이어진 색종이 사슬
우리들의 얽힘도 
길게 길게 이어지길 기대하며
노래를 한다. 
우간다 쿠미 아이들이 
더 밝고 환하게 웃으면서 자라기를
모두 한 마음으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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