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과학분야의 세가지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세계인의 보물섬으로 불리는 제주도가 점점 기후・생태환경의 변화 못지않게 각종 개발과 오염에 의한 환경변화와 위협이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환경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제주 구성원 모두가 이제 미래세대를 위해 변화된 환경과 인간의 공존방식을 깊이 고민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의소리>가 추석 기획으로 ‘공존의 조건: 지속가능한 제주환경을 위한 단상’이라는 이종우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장의 전문가 칼럼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 소나무재선충과의 공존
② 축산업과 관광, 그리고 제주 땅의 공존
③ 외래종들의 유입, 불가능하지 않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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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돈업을 중심으로 한 축산업은 제주의 주요산업이다. 일부 몰지각한 양돈업자의 축산분뇨 무단방출도 큰 문제이지만, 이번 양돈분뇨 무단배출 사태의 본질은 부실한 축산분뇨 처리 및 관리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도 높다. 사진은 제주의 옛 통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추석기획-전문가 칼럼]② 축산분뇨 처리시스템 오작동의 근본 원인 - 이종우 이학박사 /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장 

최근 양돈 분뇨의 무단배출 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제주사람이라면 아직도 놀란 가슴에 분노를 삼키지 못하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도정에서 발표되는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 중세 마녀사냥이 생각나 꺼림칙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습니다. 양돈분뇨의 모니터링, 수거 및 처리에 관한 부실한 시스템이 본질일진데 마치 제주 축산업을 고사시키려는 듯 양돈 농가를 몰아붙이는 정책은 광장의 분노를 이용한 혹세무민의 책임전가에 다름없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축산분뇨의 숨골 투기와 처리되지 않은 생활하수의 해안 무단방류 모두 수년간 지속적으로 몰래 이루어졌다는 점이나 환경파괴의 정도, 그리고 그 배후에는 정화시설의 증설 없이 양적 팽창에만 몰입된 정부의 산업정책이 있다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렴치한 ‘개인’의 일탈과 ‘관료들’의 조직적인 은폐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요? 한 마디로 사육두수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축산분뇨와, 인구 및 관광객의 증가에 따른 생활폐수의 증가분을 기존 처리시설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처벌과 사후조치도 같은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옳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일견 일부 양돈업자의 일탈로 보이는 이번 양돈분뇨 무단배출 사태의 본질은 부실한 축산분뇨 처리 시스템에 있습니다. 

양돈분뇨의 경우 보통 고액분리 과정을 거쳐 고형 분뇨와 액상 분뇨로 나누어지고 이 중 고형 분뇨는 퇴비로 액상 분뇨는 액비로 만들어지거나 정화처리를 거쳐 방류하게 됩니다. 여기서 투입량과 생산량의 거시적인 총량관리가 중요한데 퇴비 및 액비에 포함된 질소와 인산 등은 땅을 비옥하게 하고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너무 많으면 작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토양의 산성화와 수질오염 등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해양투기가 금지된 이후 전량 육상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축산분료의 관리는 시비할 수 있는 농토를 확보하고 적정 수준을 시비했을 때 필요한 퇴비 및 액비의 총량을 계산하여 초과분에 대해서는 정화하여 방류하던지, 비료 부족에 허덕이는 북한에 원조를 하던지 하여 제주 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퇴비 및 액비를 만들고 사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축산분뇨 발생량에 대한 모니터링, 그리고 필요한 처리시설의 확충은 기본이라 할 것입니다.
 
축산분뇨 처리시스템의 오작동의 증거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부실한 축산분뇨 발생량에 대한 모니터링과 공동(퇴비 및 액비화 시설) 및 공공(정화처리시설) 처리시설의 부족은 이미 여러 번 지적된 바 가축분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돼지 사육두수는 2000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해서 56만두에 이르고 있지만 공동・공공처리시설의 처리용량은 추정 발생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나머지는 농가가 개별적으로 처리하게 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제주 서부와 남부지역의 지하수 관정은 질소오염이 심각한 상황으로 제주도 자체조사 결과는 비료성분과 축산폐수를 주오염원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양을 부적절한 방법으로 시비한 것입니다. 요 몇 년간 문제가 되었던 해안가 구멍갈파래의 급격한 증식도 사실 과도하게 시비된 비료가 해안으로 씻겨 내려간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축산분뇨 처리시스템의 오작동의 또 다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액비의 경우 6개월 이상 충분히 부숙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충분히 부숙되지 않은 액비의 경우 심한 악취를 내는데 축산악취 관련 민원의 절반 가량이 부숙되지 않은 액비의 시비와 관련이 있어 이것만 잘 관리되어도 축산악취 관련 민원 절반이 해결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돼지 한 마리 당 연간 분뇨배출량이 2톤이 넘는다고 하는데 대강 계산해도 이것을 6개월간 부숙시키려면 3,000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면 3,000톤의 액비화 저장시설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게 어디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습니까? 그래서 충분히 부숙되지 않은 액비가 공공연히 과도하게 시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공동・공공 처리시설을 확충하던지, 아니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에너지화에 집중을 하던지 하는 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우선은 정확한 모니터링을 통한 처리시설 간의 동적균형 프로토콜이나 총량관리 같은 당장 손에 잡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실질적 권한을 갖는 민관협의회 같은 제3의 기구를 통해 양돈업자 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의 공무원들에 대한 관리감독도 보다 투명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정에 부탁드립니다. 파렴치한 업자에 대한 일벌백계의 처벌과 불량 농가에 대한 관리감독도 반드시 필요합니다만, 이제 축산분뇨 처리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야 제주 축산업과 관광, 그리고 제주 땅의 공존이 가능합니다. 제주경제의 두 축은 농업과 관광인바 축산업은 농업 총생산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제주경제의 주축입니다. 도정의 책임회피가 제주 축산업의 고사로 이어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인 제 딸에게 근래 한마디 들었던 말이 있어 그 것으로 두 번째 칼럼을 마무리합니다. 

“무사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하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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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이학박사는 제주 토박이다. 제주사대부고를 졸업(5회)하고 서강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미국 노틀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신경생물학(Neuroscience)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학교(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강대에서 연구교수를 지내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주대에서 연구교수로 지냈다. 2013년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 수행으로 망막색소변성증 등 퇴행성 시신경 질환 발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밝혀내 전국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유전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 2013년 6월6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2013년 8월에는 재선충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주)유소를 설립하고 세계재선충학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관련 논문과 특허 개발에 열중해왔다. 현재 미래에코시스템연구소장을 맡아 제주의 미래자원과 가치를 지켜내는 연구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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