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창기 오라동 주민자치담당

며칠전 병원에 갔을 때 일이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한분이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어린아이를 부르며“네가 할아버지를 도와줘서 고맙구나. 고마워서 네게 선물을 줄께”라고 하면서 그 어린아이 손에 천원짜리 몇 장을 건네줬다.

어린아이는 괜찮다고 거절을 했지만 할아버지는 그 어린아이 손에 돈을 쥐어주었고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어르신이‘정(情)으로 그럴수 있지’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 갔을 때 먼저 약국에 와 있던 그 어린아이와 형은 낯선 할아버지가 준 돈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옆에서 보니 형제의 부모님께서는 낯선 사람이 주는 돈을 받지 않도록 교육을 시켰던 것 같았고, 고마움의 표시로 돈은 받은 형제는 부모님께 꾸중 들을 걱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누군가의 고마움의 표시가 상대방에게 마음의 짐이 된 것이다.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시행되기 이전 우리사회는 “약소하다, 자그만 하다”는 설명과 함께 선물을 전달하며 고마움을 표시했고, 관행적으로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선물을 받으면 내가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었으니 이정도의 선물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수 있고, 이 어린아이처럼 마음이 불편한 분들도 있었을 것이다. 선물을 주고 받는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순수한 고마움의 표시를 넘어 개인의 이익을 얻기 위해 제공된 선물은 우리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이런 불합리한 점을 해소하고, 공정한 사회 조성을 위해 365일 선물 안주고 안받기,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청렴교육 의무화 등 청렴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특히 선물을 주고 받는 행위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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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창기 오라동 주민자치담당.
불평등을 조장하고 받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물질적인 선물보다 진정한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가 더욱 소중한 선물이라 생각한다. 모 등산용품 브랜드의 광고 문안처럼 ‘고마움의 표시,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본다. / 고창기 오라동 주민자치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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