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나눔축제] 초중고 수업혁신 동아리 교사들...“진정한 배움이 위한 도전, 가치 있어"

보다 나은 제주 교육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 애쓰는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주도교육청은 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제주고등학교에서 ‘2016 제주 수업나눔 축제’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새로운 수업을 시도하는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례를 발표하고,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도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수업 혁신 동아리를 운영하는 교사들 553명(55팀)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한 교사, 교육 전문 직원도 함께했다. 초등학교 6개 분과, 중학교 4개 분과, 고등학교 4개 분과로 나눠 한 개의 분과마다 내 개의 동아리가 각자 사례를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현장에서 새로운 교육 과정을 도입하면서 느낀 여러 경험을 솔직 담백하게 전했고, 나머지 교사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질문을 던지면서 배움을 공유했다.

# 초등학교 

초등학교 분과는 6개로 나눠 진행됐다. 참여한 동아리는 ▲나누며 배우는 수업친구(발표자 김윤정 도평초 교사) ▲삶의 유산교육 실천 동아리(강태규 아라초) ▲수다쟁이(이윤아 온평초) ▲배움과 나눔 교사동아리(고혜정 보성초) ▲문화반응교수(CRT) 교원 동아리(차지연 물메초) ▲배움 더하기(김태희 북촌초) ▲숨(수:움)(허희나 제주중앙초) ▲배움 up! 종이달이(강동헌 종달초) ▲좋은수업 이룸 동아리(이경아 남광초) ▲두근두근 배움 동아리(이문식 애월초) ▲예라之功(김정희 예래초) ▲배워서 남 주자(이지훤 흥산초) ▲행복 마실(김명선 광양초) ▲배움나눔 수업혁신동아리(고명숙 삼성초) ▲필(Feel) 통(通) 배움(이금선 삼화초) ▲더불어 숲(고세실리아 하귀초) ▲꿈빛 가득배움터학교 수업동아리(한승훈 서귀포초) ▲누리과정 행복한 학습공동체(김명신 월랑초병설) ▲질문 톡(Talk) 톡(Talk)(문창수 태흥초) ▲영실 C.D.R.(김남규 하원초) ▲학교혁신 동아리(남원초 문현정) ▲꿈꾸는 교실 2016(김찬경 무릉초) ▲함성소리(현충훈 수산초)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6분과에서 ‘친절하고 단호한 교사되기’를 발표한 문현정 씨는 남원초에서 실시한 학습긍정훈육법(Positive Discipline in the Classroom)을 소개했다. 일명, PDC로도 불리는 학습긍정훈육법은 지난 2014년 국내에서 <친절하며 단호한 교사의 비법-학습긍정훈육법>이란 제목의 책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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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초 문현정 교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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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분과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문 씨는 PDC를 보상·처벌이 아닌 상호 존중, 배려, 격려로 학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2주에 한 번씩 남원초 교사 16명이 한 자리에 모여 <친절하며 단호한 교사의 비법-학습긍정훈육법> 책을 보며 각자 맡은 부분을 설명하는 식으로 동아리를 운영했다. 여기에 각자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인 ‘에듀니티’에서 원격 연수를 받으며 모자란 부분을 채워갔다. 16명 가운데 10명이 에듀니티 원격 연수를 이수했으며 이중에는 남원초 교장도 포함돼 있다.

문 씨는 “‘I love you but NO’는 PDC의 핵심이다. 아이들의 감정에는 친절하게 대하고 행동은 단호히 표현한다. 문제가 생길 때는 ‘누가’, ‘왜’라고 물어보기 보다는 ‘무슨 일이니’, ‘그럴 때는 무슨 감정이니’라는 식으로 접근하려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학생이 참여해 결정하는 학급 규칙, 교사가 학생의 위치에 있는 역할극, 소속감을 키우는 1인 1역 등 다양한 시도가 더해졌다. 시무룩한 표정을 종이에 그려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이 교실에서 있을 때마다 종이를 구기는 아이디어는, 행동이나 말이 마음에 상처와 주름을 남긴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주는 방법이다. 이런 노력은 학급회의에서 학생들이 서로를 격려하면서 더욱 효과가 커진다.

문 씨는 “PDC 교육을 이어가면서 예전 같으면 문제가 일어났을 때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처리하길 기다려줄 수 있는 믿음이 생겼다”며 “또한, 모든 아이들의 행동 아래는 신념이 있다는 인식도 새로 생겼다. 예를 들어 책상을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학생을 멈추려 하기 보다는 ‘관심이 필요하구나’라고 신념을 이해해 긍정적으로 접근한다는 교사들도 있다. 무엇보다 PDC 교육을 한 번으로 끝나면 그 수업으로 끝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습관화가 어렵기에 여러 번 계속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일반 학교는 교사마다 주어진 일이 너무 바빠 옆 반 동료 교사 얼굴도 보기 힘들다. 2주에 한 번이라도 모이니 내가 고민하는 것을 옆 반도 고민하고 있다는 동질감이 생겼다”며 “이 교육을 위해 따로 뺄 시간이 없어서 도덕 시간을 자주 이용했는데, 일찌감치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시간을 배정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 중학교

중학교 분과는 4개 분과로 나눠 진행됐다. 참여한 동아리는 ▲참·깨·통(발표자 고명희 노형중 교사) ▲FC Learning(고현의 사대부설중) ▲아라샘(임경선 아라중) ▲함우리무사?(이희경 함덕중) ▲배움수다(김상진 대정중) ▲나무를 심는 사람들(고문심 성산중) ▲더불어 숲(김선형 오름중) ▲열정+같이 성장(채홍순 제주중앙중) ▲행복 UP 수업혁신 동아리(김진미 신엄중) ▲1학년 학습공동체(김숙자 제주제일중) ▲DOT(이인구 제주중) ▲High five(고서영 중문중) ▲도담도담(홍금희 서귀중앙여중) ▲배움중심 연구회(김성룡 세화중) ▲마중물 교사 동아리(신상후 위미중) ▲수업디자인을 연구하는 샘들의 모임(한라중)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3분과에서 ‘학년수업공동체 활동을 통한 배움이 즐거운 교실 만들기’를 발표한 김숙자 씨는 제주제일중에서 실시한 ‘JS교실’을 소개했다.

JS교실은 학생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사는 촉진자 같은 역할에서 돕는 일종의 ‘학년 학습 공동체’다. 2014년 준비 단계를 거쳐 지난해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올해는 보다 안정적인 단계로 운영 중이다. 50명이 넘는 교사 모두가 JS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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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제일중 김숙자 교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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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분과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JS교실은 공개 수업과 교사들이 참여하는 수업 동아리로 진행된다. 2주일에 한 번씩 금요일 6~7교시마다 공개 수업과 수업협의회를 개최한다. 1~3학년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수업이 공개된다. 이것은 학생 중심의 배움과 수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교사가 성장하기 위한 공개수업을 표방한다.

학년 수업 동아리 역시 2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데 수요일 7교시에 열린다. 동료 교사와 소통을 하면서 수업 방법, 학생 지도 방법, 수업 딜레마 등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고민을 공론화해 해결 방법을 공동으로 모색한다. 특히 담임과 교과 담임이 함께 참여하는 점이 인상적인데, 예를 들어 1학년 수업 동아리는 1학년 담임 교사와 교과 담임 교사 모두가 참여한다.

김 씨는 “수업협의회에서는 수업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자신이 배운 점을 이야기 해야 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배움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고, 참관한 모든 교사가 발언해야 한다”고 유의 사항을 밝혔다.

그러면서 “수업 방법을 바꿨다고 해서 하루 아침에 좋은 수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과에 맞게, 학생에 맞게 교사 자신의 맞춤형 수업으로 만들어 나가는게 필요하다. 교사의 노력과 학교 공동체 차원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 고등학교

고등학교 분과도 4개 분과로 나눠 진행됐다. 참여한 동아리는 ▲진학동(발표자 고승규 서귀포고 교사) ▲제주여고 질문 동아리(채소원 제주여고) ▲샐비어교사동아리(문경춘 제주중앙여고) ▲인터러뱅(김정림 한림고) ▲학급별 특색교육활동 교사동아리(한금순 남녕고) ▲몰랑(김정완 대기고) ▲가온(문혜정 대정고) ▲혼디 손심엉(허성희 사대부고) ▲학사모(고여순 애월고) ▲헤라클레스(박혜명 제주고) ▲FLIP(양해용 제주제일고) ▲배움 나누기, 행복 더하기(김현옥 제주중앙고) ▲어우름(이성보 남주고) ▲놀멍 배우멍(오형애 영지학교) ▲꿈공모(김지수 표선고) ▲빛·제·미(김동영 함덕고)가  했다.

이 가운데 3분과에서 ‘학생중심수업 실현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양해용 씨는 제주제일고에서 실시한 ‘거꾸로 학습법(FLIP learning)’을 소개했다. 

거꾸로 학습법은 수업 내용을 학생들이 미리 확인한 뒤 수업 시간에는 토론이나 발표로 진행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제주제일고에서는 과학 수업시간에 적용할 수 있는 수업 프로그램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학생들에게 미리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수업 동영상을 만들어 네이버 카페에 등록해 학생들이 시청할 수 있게 했으며 학습지도 함께 제작했다. 7개반 과학 수업시간에 거꾸로 학습법 수업을 적용했으며 1학기에는 기말고사, 2학기는 중간고사 범위를 거꾸로 수업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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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제일고 양해용 교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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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분과 참가자들. ⓒ제주의소리

올해 처음 교사가 된 양 씨는 솔직하게 “거꾸로 학습법이 생각만큼 큰 호응이나 효과를 얻기 못했다”고 털어놨다. 준비 기간도 짧았고 자신이 주입식 교육으로 배워왔기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동영상 촬영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내 핸드폰으로 직접 제작했고, 핸드폰 화질이 좋으니 20분 분량 영상에 용량이 2~3기가가 넘어가 학교홈페이지 대신 카페를 이용해야 했다. 시험과 연관되다 보니 영상을 미리 못 보는 학생도 많아서 수업시간에 틀어주어 줬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교사들의 웃음을 터트렸다.

양 씨는 “수업은 모형이나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미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만들기 위한 시행착오와 노력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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