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7명에게 장기기증한 제주소녀 유나양 가족에게 감사 편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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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김제박(50)·이선경(45)씨 부부는 지난 달 16일 미국에서 편지 한통을 받았다.

지난 1월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숨진 딸 유나(18)양의 심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여성이 보낸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외과의사 마리아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유나양의 심장을 이식받아 새 생명을 얻었다. 여동생이 같은 병으로 3년 전 세상을 떠난 터라 그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너무 아팠었는데 이젠 상태가 좋아졌어요. 이제 다시 의사생활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어요’

애리조나 장기 기증 네트워크에서도 최근 편지를 보내와 “두 살 아이의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끝나게 해 준 유나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감사를 전했다.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전세계 2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한 제주출신 유나양에 대한 세계인들의 감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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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유나 양. ⓒ 제주의소리DB

어머니 이씨는 3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감사편지를 보내온 곳은 저희 가정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며 “공통점이 많은 가정에 우리 유나의 심장이 간 것인 만큼 더 뜻 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장기기증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유나가 그냥 갔다면 허무한 죽음밖에 안되지 않겠냐. 많은 생명들에게 사랑을 나눠준 것이기 때문에...”라고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지금도 가끔 하늘에 있는 딸에게 편지를 쓴다. 이씨는 ‘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어떻게 해줘야 할까’ 생각하다 하나 둘 씩 끄적거리고 있는 것.

이 같은 유나양 가족의 이야기들은 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주최로 열리는 ‘뇌사 장기 기증인 유가족의 밤’에서 펼쳐진다. 유나양을 주인공으로 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감사 편지가 낭독되면서 유나양 가족의 숭고한 결정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유나양은 노형초, 아라중을 졸업한 뒤 2년 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유나양은 지난 1월 21일 오후 1시쯤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시에서 등교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발생 후 3일 뒤 의료진은 유나양에게 뇌사판정을 내렸다.

당시 부모님은 ‘하느님의 도우미로 살고 싶다’는 딸의 뜻을 존중해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을 결정했다. 그렇게 새로 생명을 얻게 된 이들만 전세계적으로 27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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