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집중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현실...사회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

‘배려와 협력으로 모두가 행복한 제주교육’. 제주도교육청의 교육 모토다. ‘모두’란 단어 속에는 학생 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직원까지 학교 구성원 ‘전체’가 포함된다. 


학교를 구성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교사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고민을 터놨다. 수업 방식에 대한 고민부터 교사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고민까지. 때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때로는 정적이 흘렀다. 다만, 공감이란 단어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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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제주 수업나눔 축제가 3일 제주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제주고 100주년기념관 재암홀에서 '공감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3일 제주도교육청이 주최·주관한 ‘2016 제주 수업나눔 축제’가 제주고등학교에서 열렸다. 

‘교육공동체, 수업으로 행복을 그리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수업나눔 축제에는 도내 유·초·중·고등·특수학교 55개 학교(수업)혁신 교원 동아리 등 500여명이 모였다. 

교사는 사전적 의미로 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일까. 사회적 요구에 따라 너무 많은 일을 해온 것은 아닐까. 교사로서 수업은 당연하다. 학교 폭력도 관리해야 하고,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줘야 한다. 또 인성 교육도 실시해야 하며, 학생들이 위급한 상황에 응급처치도 한다. 학부모들의 요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학교 주변에 학생들 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관리 감독도 해야 한다. 교사라는 이름 속에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하는 듯.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주고 100주년기념관 재암홀에서 초등교사 3명, 중등교사 4명(중학교 2명, 고등학교 2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감토크’가 진행됐다. 

교사들의 고민은 정말 다양했다. 하지만,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해본 적 없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고민이었다. 교사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도 공감토크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교사들의 고민과 속마음을 들은 이 교육감은 때론 웃으면서,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이 교육감은 "도교육청 차원에서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더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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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제주 수업나눔 축제가 3일 제주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제주고 100주년기념관 재암홀에서 '공감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 초등교사

△ 한승훈 서귀포초등학교 교사

“중등교사는 그나마 수업에 대한 자율권이 보장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초등은 중등과 달리 수업 내용보다 방법이 중요해요. 처음 교사가 됐을 때 수업 방식이나 학급 경영에 어려운 점이 많아 교사 연수나 세미나, 수업 동아리 등에 참여했어요. 그러다 결혼하고 애가 태어나면서 집안일에 집중하다보니 치열했던 총각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었어요”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언제나 학생들의 저항과 시행착오가 있는데, 총각 시절에는 무시하고 진행했어요. 1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면 학생들이 새로운 방식에 적응했거든요. 반성해본 적도 거의 없어요. 당시 학생들의 얼굴이 밝지 않았다는 생각을 최근 하기 시작했어요. ‘누구의 만족을 위해, 누구 좋으라고’란 생각이에요”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어요. 차별적인 수업 방식이 학생들에게 ‘잘 가르치는 교사’인줄 알았어요. 같은 학교 동료들에게 말하기 힘든 얘기인데, 하게 되네요”

△ 고안나 우도초등학교 교사 

“전 아줌마 교사에요. 4살, 10살된 아이를 키우는데, 어느새 수업에 대한 고민보다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어야할까 생각을 하기도 해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까. 수업만 고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나라 교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돼요”

“수업 방식에 대한 고민부터, 학교 폭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학생들의 창의력과 인성도 키워줘야 해요. 또 혹시 모를 응급처치 방법도 알아야 해요. 교사라는 이름 속에 직업이 몇 개인지 모르겠어요. 우리나라 사회가 교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전 게으른 교사인가요.”

“또 새로운 교육 체계가 도입되면 사회는 빠른 성과를 바라는 것 같아요. 사회 시선이 그래요” 

△ 박명아 무릉초등학교 교사 

“저는 다혼디배움학교에서 일하고 있어요. 저는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어서 다혼디배움학교를 갔어요. 스스로의 행복은 교사로서 수업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서죠. 다혼디배움학교 담임 교사들은 수업 외 업무가 없어요. 정말 신세계에요”

“한때는 아이들이 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다른 업무가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요. 그런 고민이 사라지니까 그 누구도 느끼지 못한 학생들과의 진심을 공유하게 됐어요. 물론 힘든점은 있어요. 그래도 행복해요”

“다혼디배움학교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교육의 본질이 뭘까. 기초학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어요. 교사들은 아이들이 행복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도 중학생, 고등학생 딸 2명을 키우고 있어요. 초등교사로서 중등교사를 바라볼 때 1과목만 가르치며 편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학생들의 취업까지 신경써줘야 한다는 점 등 전혀 아닌 것 같아요. 진짜 오늘 자리가 감사하고, 스스로 반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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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제주 수업나눔 축제가 3일 제주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제주고 100주년기념관 재암홀에서 '공감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 중등교사

△ 강희전 아라중학교 교사

“학교 수업을 생각하면 행복이란 단어가 아니라 부담, 걱정, 어렵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수업은 늘 부담스럽고 어려워요.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 모든 것이 대입에 맞춰진 것 같았어요. 스스로 성장하고 싶어 중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생겨 교사 연수도 참여했어요. 그런데 스스로 고민하고, 노력할수록 성장한다는 생각보다 외롭고, 지치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중학교는 고등학교보다 일과시간이 빨리 마무리되지만, 수업이 빡빡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에요. 중학교 특성상 학생들이 이런저런 사고(?)를 많이 쳐 뒤처리하다보면 수업도 늦기도 해요. 정신적으로는 더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또 수업 방식을 바꿔보기도 했어요. 하지만, 곧 혼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다른 성향과 교육방식, 생활지도 등 사소한 것 까지 다른 교사들이 모였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참 고민이 많아요. 교사는 수업으로 행복과 보람을 얻어야 하는데...”

△ 오다원 제주신성여자고등학교 교사 

“중학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고등학교로 옮겼어요. 중학교에서 일하던 경력을 모두 던져버리고 고등학교 교사로서 신임이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학생 중심 토론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언젠가 ‘내 수업 방식은 어떨까’란 생각에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이 80%정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이 20%였어요. 참, 20% 학생들의 말이 더 가슴 아팠어요. 그냥 일반적인 수업을 해달라는 말이었어요. 또 수업 방식이 너무 싫어서 선생님까지 싫어한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언젠가 학교를 졸업해 저와 함께 했던 수업을 그리워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또 고등학교 3학년 교사가 학생 모듬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학생들이 거부했어요. 대입이 가깝기 때문일까요. 고민이 커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학교에서 1차전, 집에서 2차전, 밤에는 패잔병처럼 침대에 누워있어요. ‘엄마로서 아이들을 (인성적으로) 예쁘게 길러서 학교에 보내 다른 교사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도 교사이자 부모로서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 강현정 제주고등학교 교사 

“2년 째 고3을 맡고 있어요. 수업에 대한 고민보다 학생들의 진로 고민이 더 커요. 게다가 특성화고에서 일하기 때문에 학생 취업도 신경을 써야 해요.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도 다 봐줘야 해요. 학생 입장에서는 1장이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수십장이에요. 밤을 새서 다 읽어보고 고쳐야 돼요”

“또 학생기록부도 중요해요.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어야 돼요. 또 학생마다 같아도 안돼요. 또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직장이 별로 없어요. 부모들이 좋아할 만한 취업처와도 연결해야 돼요” 

△ 김진미 신엄중학교 교사 

“입시가 다양한 수업 변화에 대한 걸림돌인 것 같아요. 전체 8학급, 총 학생수가 200명 정도인 소규모 학교에서 일하기 때문에 전 학년 도덕을 담당하고 있어요. 소규모 학교 교사들의 부담도 많아요”

“혹여 다른 작은 학교 순회 수업까지 가게 되면 거기서 또 3개 학년을 담당하게 돼요. 중간, 기말고사 때 중학교 1학년 2종류, 2학년 2종류, 3학년 2종류의 시험문제를 만들어야 해요. 수업 이외 업무도 문제에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아요. 사회가 교육 성과를 강조해요. 결과를 내야 하는 것도 업무중에 하나에요”

“업무를 보다가 남는 시간에 수업하러 가는 기분도 들어요. ‘수업다운 수업’을 하고 싶어도 다른 업무 부담이 커요. 최근에 제주교육포럼에 참가했어요.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수업 이외 업무가 없었어요. ‘핀란드 교사는 연구자. 한국의 교사는 공무원’이란 제목의 글도 읽었어요. 핀란드 교사들에게도 업무가 있지만, 학생 등 평가지 행정 업무는 아니에요. 시사점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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