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밥상 이야기> (16) 감귤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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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귤잼. ⓒ 김정숙

감귤 하면 제주, 제주하면 감귤이다. 쌀쌀한 시간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제주 섬 어느 곳을 달려도 황금색으로 익는 감귤이 팔 벌려 맞아준다. 끝없이 이어진 풍경이 아니라 오름과 마을과, 숲과 돌담과 다른 작물들과 바다와 사람들과 적당히 어우러진 풍경이 정겹고 아름답다. 오히려 감귤소득 그 이상이다. 아무에게나 눈 호강 제대로 시켜주는 이 풍경 값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걸까.

제주 감귤역사가 일백년을 넘어간다. 맛있고, 영양가 좋고, 먹기 편한 식품으로는 감귤 이상이 없다. 가져 다니기 쉽고, 언제 어디서나 나눠 먹기도 편하다. 감귤은 생으로 먹는 게 제일이다. 신맛이 있어서 따뜻한 곳이나 약간은 몸의 체온이 올라갔을 때가 맛있게 느껴진다.

입맛도 나이를 먹는다. 특히 신맛에 예민하다. 아이 때는 새콤한 맛을 좋아하다가 점점 나이 들면서 신 음식을 못 먹게 되는 것이다. 단맛의 많아도 시면 입에 넣기를 꺼린다. 그러나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신 음식을 잘 못 먹는다. 단 맛을 즐기면서 입맛이 빨리 늙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신 맛이 있어서 귤은 잼을 만드는데 좋은 재료다. 잼은 산과 당, 팩틴이라는 성분이 조화를 이뤄야 잘 된다. 귤에는 이 모두가 풍부하다. 섬유질인 팩틴은 귤을 따서 오래 저장 하다보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잼은 싱싱한 감귤로 만들어야 한다. 설탕이나 졸이는 시간도 덜 들어갈 뿐 아니라 맛있고 색도 곱다.

자잘한 귤은 겉껍질만 벗겨도 되지만 큰 귤은 쌕쌕이를 싸고 있는 속껍질까지 벗겨주는 것이 좋다. 알미늄이나 무쇠로 만든 용기는 피한다. 그릇에 손질 한 귤 약 1kg에 설탕을 150g(종이컵으로 하나)을 넣고 센 불로 끓인다. 10여분 쯤 끓이다가 다시 종이컵으로 설탕 하나를 더 넣는다. 전체적으로 끓어오르며 생기는 거품이 사그라들고 풀척거리며 큰 거품이 생기면 거의 다 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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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귤잼. ⓒ 김정숙

귤을 수확한지 오래 되면 설탕을 더 넣어야 한다. 설탕을 덜 넣고 잼이 되도록 하기 위해 식용 펙틴을 첨가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젤리 느낌 나는 잼이 된다. 처음 만들다 보면 식었을 때 원하는 점도를 잘 맞추기가 어렵다. 접시에 덜어내 식혀서 원하는 점도를 보고 마무리 한다. 오래 저장하려면 불을 줄이고 뜨거울 때 병에 담아 뚜껑을 닫는다. 그래야 식으면서 진공밀봉 상태가 되어 상온에 오래 둘 수 있다.

감귤잼은 기계화에 의한 대량생산이 어렵다. 속껍질을 벗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속 껍질째 과육을 갈아 쓰면 먹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잼이 탁해 보여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으로 일일이 껍질을 벗겨야 하는 감귤잼. 그래서 감귤은 흔해도 감귤잼은 흔하지 않다.

잼은 불의 세기와 끓이는 시간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 센 불로 빨리 끓이는 게 좋다. 가정용 가스렌지에서 하면 한 번에 2kg이상을 하는 건 무리다. 조금씩 여러 번 하는 것이 오히려 시간도 절약되고 덜 번거롭다. 좋은 원료가 좋은 잼을 만든다.

잼을 만들다 보면 설탕이 많이 들어가 은근 걱정이 된다. 잼으로 매 끼니를 사는 것도 아닌데 정직하게 만들어 맛있게 적당히 먹는 게 최선인 듯 싶다.

감귤이 희망적이라는 말을 들어 본 게 언제던가. 수확이 끝나면 돌아서서 나무를 솎아서 베어라. 어린 열매를 따내라. 당도를 높여라 하며 또 일 년을 보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귤이 제주를 버리지 못하고 제주가 감귤을 버리지 못한다.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할 때다. / 김정숙(시인)

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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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 시인은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출신이다. 200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서 당선됐다. 시집으로 <나도바람꽃>을 펴냈다. 젊은시조문학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0여년 동안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일하다 2016년 2월 명퇴를 하고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귤 농사를 짓고 있다. <제주의소리>에 ‘제주 밥상 이야기’를 통해 제주의 식문화를 감칠맛 나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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