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소나무] ①소구역모두베기 검증 ‘효과’ 확인...생목까지 제거 '모두베기' 전격 도입

제주도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기위해 감염목 주변의 멀쩡한 소나무까지 잘라내는 이른바 ‘모두베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생태계 훼손 논란으로 도입 철회를 결정한지 1년만에 다시 모두베기 사업이 등장하면서 제주 숲 지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제주의소리>가 소나무재선충병 본격적인 제4차 방제작업에 앞서 사상 첫 모두베기 도입의 배경과 문제점을 두차례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1500억 써도 못잡은 소나무재선충병 1년만에 모두베기 ‘만지작’
2. 제주 숲지도 변화 불가피 ‘파쇄목 처리-수종갱신’ 등 현안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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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에 위치한 천아오름. 제주도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정도가 심한 이곳에 멀쩡한 소나무까지 모두 잘라내는 '모두베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 마을에 들어서면 남쪽으로 말발굽 모양의 천아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수리나무의 제주어인 ‘초(ㅊ+아래아)남(낭)’에서 이름을 따왔지만 정작 대표식생은 소나무다.

진입로를 따라 오름 안으로 들어서니 곳곳에 이파리가 벌겋게 변한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오름 상부로 좀 더 이동하자 이미 고사하거나 고사가 진행중인 소나무가 즐비했다.

바닥에는 폭격을 맞은 듯 나무 밑둥이 잘려나간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 소나무도 고사 정도가 워낙 심해 푸르른 색을 띈 멀쩡한 나무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주도는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기위해 이 곳에 사상 처음으로 ‘모두베기’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도입 계획을 철회한지 1년만의 재추진이다.

모두베기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지역 중 고사가 심한 곳의 생목과 감염목을 모두 제거해 재선충병 확산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고사목만 잘라내는 기존 방제와는 차이가 있다.

제주도는 이미 지난해 3차 방제과정에서 모두베기 도입을 통한 수종갱신 사업을 검토했었다. 당시 제주도는 소나무 고사율이 50% 이상인 지역을 1255ha로 추정했다.

이 지역에 모두베기를 도입하면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잘라내야 한다. 필요 예산만 6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제주도는 벌채작업을 민간에 맡기고 나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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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에 위치한 천아오름. 제주도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정도가 심한 이곳에 멀쩡한 소나무까지 모두 잘라내는 '모두베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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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에 위치한 천아오름. 제주도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정도가 심한 이곳에 멀쩡한 소나무까지 모두 잘라내는 '모두베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반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환경파괴와 경관훼손, 토양변화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잘못된 수종갱신으로 인한 2차적 환경피해에 대한 걱정도 쏟아졌다.

환경파괴 등의 지적이 계속되자 제주도는 임업적 방식의 모두베기가 아닌 ‘제주형 소규역 모두베기’로 방향을 틀고 한라산 국립공원 경계 선단지를 중심으로 제한적 방제에 나섰다.

‘소구역 모두베기’는 초기감염 지역인 선단지 등을 중심으로 감염목이 발생하면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반경 20m 이내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해 파쇄하거나 훈증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제주시 해안동 산 188번지 일대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에 소구역 모두베기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신규 감염목이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6년도 제주맞춤형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전략’을 수립중인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고사목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모두베기를 전격 도입하는 방안을 최근 제주도에 제안했다.

감염률이 50% 이상이거나 잔존목이 있어 경관상 불리해 열세목인 지역, 후계림 조성을 위한 역할이 어려운 지역, 반복적 피해로 소나무 형질이 불량한 지역을 대상지로 정했다.

연구진은 이 조건에 해당하는 제주시 한림읍 천아오름과 정물알오름, 제주시 구좌읍 둔지봉 인근, 서귀포시 색달동 모라리오름 주변 등 9곳을 후보에 올렸다.

한라산 경계지에 시범적으로 실시한 소구역 모두베기도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모두베기와 달리 선단지나 단목 지역의 주변 20m 이내의 모든 소나무를 잘라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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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에 위치한 천아오름. 제주도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정도가 심한 이곳에 멀쩡한 소나무까지 모두 잘라내는 '모두베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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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에 위치한 천아오름. 제주도는 소나무재선충병 감염정도가 심한 이곳에 멀쩡한 소나무까지 모두 잘라내는 '모두베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선단지는 소나무 재선충병 초기 감염지역이나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경계지역이다. 제주의 경우 한라산 국립공원 경계지역이 대표적인 선단지에 속한다.

연구진은 지상과 항공방제를 통해 선단지 내 고사목 위치를 파악하고 예찰결과를 토대로 소구역 모두베기 후보지를 추렸다.

대상지는 애월읍 유수암리와 소길리, 상가리 중산간지역과 제주시 아라1동, 오등동, 해안동 등 23곳이다. 대부분 국립공원 경계지와 맞닿은 해발 500~600m 지대다.

제주도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모두베기 도입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감염 의심목의 고사가 매해 되풀이 되면서 효과적인 방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제주도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13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1차방제 54만그루, 2차방제 51만그루, 3차방제 48만그루 등 감염목이 기대많큼 줄지 않고 있다.

당초 제주도는 2013년부터 해마다 고사목을 50%씩 줄이고 2018년에는 재선충병 피해규모를 초기 발생량의 5%로 낮춰 2020년 재선충병 청정지역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기대와 달리 연도별 고사목 감소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재선충병이 최후의 보루인 한라산 국립공원 경계지까지 넘어 해발 700m 고지를 위협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연구진이 제시한 모두베기는 추가적인 전문가 회의를 통해 적용 지역과 규모 등을 확정할 것”이라며 “11월말까지 구체적 계획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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