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0일 제주시 연동에 있는 삼다공원과 남녕고 동쪽 46호 공원에 꼬마도서관 2개소 설치를 시작으로 제주에서도 ‘꼬마도서관 운동’이 막을 올렸다. 꼬마도서관 운동은 별도의 도서관 건물을 만들거나 사용하지 않고, 우편함 모양의 도서함을 만들어 공원이나 산책로에 설치하고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하는 독서운동이다. 2009년 미국 허드슨시에서 토드 볼(Todd Bol)이 자신의 집 앞에 꼬마도서관을 설치하고 무료로 도서를 대여하면서 시작됐고 60여개국 1만500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2013년 대구와 2014년 충북에서 시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제주에서 시작된 꼬마도서관 운동은 시민들과 함께 책을 공유하며 함께 문화를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됐다. 우리 시민의 문화나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는 높아지고 있는 반면 독서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 인구 중 1년에 책 1권 이상을 읽는 사람은 65.3%라고 한다. 2006년 조사당시 75.9%에서 10%나 줄어들었다. 통계청의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책 읽는 시간은 겨우 6분이었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4만권의 책이 출간되지만 그와 반대로 독서인구는 바닥을 찍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인구가 많을수록 그 나라 그 도시의 지적인 수준이나 역량이 높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하는 인도의 경우 국민평균 일주일에 독서시간은 10시간이라고 하며, 중국도 8시간에 이른다. 이들 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노벨 물리학상 등 수많은 인재들이 배출되는 데는 이러한 독서의 힘도 작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수상이 무산된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시인의 시를 읽어 봤을까?’라는 우리 스스로 반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독서환경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리적인 독서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기존에 있는 노후 된 도서관들은 대부분 재건축을 했고, 신축도서관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좋아졌다. 그리고 제주에만 22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스마트기기의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의 삶이 여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 강철남. ⓒ제주의소리
꼬마도서관 운동은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원, 산책로 등에 시민들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제작했다. 작지만 그 어떤 도서관보다 시민들 가까이에 있다. 이 작은 발걸음이 아마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더 가까이에서 책을 보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비록 정말 작은 꼬마도서관이지만 공원이나 산책로 거리에 많이 생겼으면 한다. 우리 제주 곳곳에 책이 있고 책을 읽는 시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아가 우리 제주도가 책 읽는 도시, 책을 사랑하는 도시로 성장하여 시민의 역량이 한층 높은 지역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반딧불이 작은도서관장 강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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