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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자치경찰단 시인 김정호.
때론, 예의도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곤 한다.

그러나 때론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이 더 강조될 때도 가끔 있기도 하다.

그렇듯이 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예를 갖추는 것은 의당 할 일이고 몸이 습관처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때론 가까운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춘다는 것이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일인가를 오늘 새삼스레 느끼게 했다.

오늘 아침은 그 동안 쉬고 있던 내 감성이 아침부터 춤을 추었다 .

숲이 우거진 5.16도로의 산중 출근길, 분명 가을인데 겨울옷을 준비하는 한라산의 분주한 얼굴도 보았고 깊어가는 가을의 심장소리도 들었기 때문이다.

나뭇잎은 단풍을 준비하고, 억새는 연붉은 머리카락을 은빛으로 염색하고 몸을 흔들며 바람과 함께 합창을 하고, 숲터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어린아기의 얼굴을 보는 듯 맑은 ‘예쁨’ 그 자체였다.

친한 지인들에게 이 가을의 멋진 풍경과 심장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이 아침에 무례라는 생각이 가로 막았다. 이럴 땐 예의라는 것이 아주 거추장스러운 것이란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

그 무례함을 무릅쓰고 불쑥 전화를 한 다해도 그것은 무례함의 과오보다 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크므로 무죄라는 생각도 순간 들었다 .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

그래서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했나보다 하는 짜맞추기식 혼잣말을 해보기도 했다.

아름다운 가을은 이렇게 잠자고 있는 사람의 감성도 일깨워 주기도 하고 때론, 예의가 거추장스러울 때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소중한 스승이기도 한 것 같다.

참으로 가슴 찌릿하게 가을로 가득찬 아침이다. / 제주도 자치경찰단 시인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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