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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100만원 이상 잃은 학생도 43명...베팅액 마련 위해 금품갈취 등 2차 피해도

과거 학교 교실에서의 불건전한 놀이를 꼽으라면 손 안에 동전을 숨기고 홀수와 짝수를 맞춰내는 ‘짤짤이’ 정도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휴대전화를 통한 각종 불법 도박이 교실까지 침투하고 있다.

최근 제주의 아이들이 하는 불법도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포츠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거는 스포츠토토는 물론 불법 경마 형태의 변형된 도박게임까지 손을 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되면 어른들도 혀를 내두를 수준이다. 

대표적 게임은 ‘달팽이 경주’다. 이 게임은 달팽이 3마리 중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달팽이에 돈을 거는 방식이다. 경기는 5분마다 이뤄지며 배당률은 2.8배다.

1경기에 5000원을 베팅할 경우 최대 1만4000원을 획득할 수 있다. 이밖에 홀수와 짝수를 맞추는 ‘다리다리 게임’과 ‘가위바위보 게임’, ‘사다리 게임’ 등도 청소년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이 불법도박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접근성이다. 게임 사이트는 대부분 성인인증 없이도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특정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한도 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일부 게임의 경우 문화상품권 등으로 온라인 번호를 입력해 현금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도 휴대전화만 있으면 집이든 학교에서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제주도교육청이 올해 3월 도내 중학교 43곳, 고등학교 28곳 학생 3만4005명을 대상으로 사이버도박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56%인 870명이 불법도박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중 절반이상인 430여명의 학생들은 실제 돈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불법도박으로 100만원 이상을 잃은 학생도 43명이나 됐다.

응답을 회피한 학생까지 포함하면 제주에서 1000명 안팎의 학생들이 불법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도박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베팅액을 마련하기 위해 금품갈취 등 2차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 간 폭력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에서 검거된 사이버범죄 청소년은 2013년 23명에서 2014년 86명, 지난해에는 96명으로 2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불법으로 게임아이템을 사고파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한 인원만을 포함한 것으로, 소액의 스포츠토토 등 불법도박을 한 학생들은 제외한 수치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들어 스포츠토토 등 사설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금액이 적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형사입건 등에서 제외시키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청소년들의 도박중독 증가는 잘못된 학부모들의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 자녀들의 도박 장면을 목격해도 단순 게임으로 치부하거나 학교에서 낙인될 것을 우려해 대응하지 않고 있다.

도박 중독의 경우 관련 조사와 치료를 위해서는 부모님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 도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계좌 확인 과정에서도 학부모의 협조가 필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도박중독에 대한 상담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조기발견과 치료를 위해서는 가정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와 더불어 예방을 위해 학생 중독예방 전담기구를 설치해 운영할 것”이라며 “긴급전화 Help-Line(064-710-0070)을 적극 활용해 사례별 상담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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