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극행정

경기도 모 시청 건설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12㎞ 우회도로개설에 토지소유주 단 한 람의 반대로 수개월째 공사가 중지중이었다. 당시 건설과장은 직원들을 모아 놓고 출사표를 던졌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나를 못 볼 것입니다. 주민숙원사업이자 묵은 도시계획도로를 뚫어야 하는 데 단 한 분만 반대합니다. 저는 용역업체와 시공사 전 직원과 함께 오늘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그 토지에 도로를 놓을 것입니다. 잘못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갑니다.”

건설과장은 도로를 뚫었다. 인사위원회는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를 건설과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시청은 대통령상을 받았다. 징계는 한 단계 낮아져 3개월의 정직을 당했다.

수만 명의 만족과 단 한명의 불만족. 벤담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가 행정에 적용될 수 있을까?

세계의 보물섬 제주도에서 자연경관과 안전의 대결, 청정과 개발의 공존이 어울릴 수 있을까?

김영란법으로 바뀔 공직사회. 적극행정은 과연 앞으로 어떠한 모습이 되어야 할까?


#2. 저급행정

아름다운 바다. 용머리 해안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관광객 뿐 아니라, 마을 이장, 주민들이 안전문제를 제기했다. 담당자는 고민했다. 어떠한 시설을 어떠한 모습으로 만들어야 할까? 

전문가가 아닌 담당부서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과 협업하며 시설을 만들어 내었다. 소금기 있는 해풍,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반영구적인 시설이었다. 안전한 보행을 위한 시설이었다. 주민들은 숙원사업이 풀렸다며 기뻐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름다운 용머리 해안에 이른바 ‘공구리’를 쳤다며 일부 관광객들이 디자인 감각 없는 행정을 비난했다. 담당부서는 기운이 빠졌다. 안전을 위한 시설을 하며 경관도 지키기 위해 문화재위원들과 수차례 협의하고, 문화재청에 불가처분을 받은 후 꾸역꾸역 재협의해서 만든 시설. ‘공무원이 디자인 감각이 없다’고 한다.

적극행정이 저급행정이 되는 순간이다. 어느 공무원이 이제 적극적으로 총대를 메고 일을 할까?


#3. 그래도 적극행정이다

용머리 해안 담당자는 현재 감사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라고 한다. 시장결재까지 받은 계획, 문화재 전문 설계업체, 국가기관인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이들은 과연 ‘공구리’시설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이들도 고민했을 것이다. 안전이냐, 경관이냐.

물론 추진 과정에서 공유수면 점용 관련 절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아마 이 문제에 대하여 추진한 담당자 의견과 바라보는 쪽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이 나면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련의 사건을 돌아보며 적극행정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공무원들이 시민의 숙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해서 욕먹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시민의 숙원사업을 ‘소극적’으로 해서 욕먹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건 만큼은 분명 행정․주민․문화재 전문가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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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제주의소리
한두 명의 희생양 공무원이 징계를 받고 사건을 덮어서는 안 된다. 절차 미 이행은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나머지 부분은 관련 전문가들이 추후 적극적인 행정이 시들지 않도록 명쾌한 해명을 해야 한다. ‘안전’이냐, ‘경관’이냐에 대한 판단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나 역시 공무원이다. 이러한 사건 하나로 쫄지 않겠다.

그래도 적극행정이다.  / 김봉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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