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18) 동물을 돌보며 자신을 조금씩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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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걱! 이 모습이 진정 고양이란 말인가! ⓒ 김란영

여름 끝자락이면 일 년이 된다. 고양이 ‘하루’와 사계절을 보냈다. 지난 가을 문턱에 느꼈던 ‘애를 어쩌나’하는 조바심이 이 여름이 되니 조심스러움이 된다. 그 사이 조그맣던 아기 몸이 훌쩍 자랐다. 조카 녀석은 이렇게 몸집이 큰 고양이는 처음 본다며 눈을 뻐끔거린다.

유난히 여름을 걱정했다. 방충망을 타고 오르다 뚫고 뛰쳐나가면? 마당에서 노는 덩치 큰 개들에 해코지는 당하지 않을까? 그러다 담장을 넘어 집에 돌아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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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완벽한 모습에 넋을 잃게 된다. ⓒ 김란영

언젠가 방충망을 살며시 여는 걸 보고 기겁을 했었다. 그 후 타고 오르기 힘든 미끈거리는 방충망으로 교체하고 고정대로 단단히 고정은 했지만 녀석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 아직도 가늠이 안 된다. 문은 단단히 닫혀있는지, 뚫린 방충망은 없는지 주변을 꼼꼼히 살피게 된다.

개들은 환경에 익숙해져 체념하는 부분도 있지만 고양이 ‘하루’는 아직도 호기심이 많다. 머리를 바닥과 평행하게 하고 모든 다리를 굽혀 배를 바닥에 밀착하며 꿈쩍하지 않고 어딘가 시선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다. ‘뭐지?’ 살펴보면 눈을 비벼야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벌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도 고개를 돌려보면 어느새 늘어지게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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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다리, 등, 꼬리로 이어지는 묘하게 대칭을 이룬 짙은 갈색 무늬, 옅은 분홍빛의 코 끝, 발바닥이 마냥 신기하다. 하루와 청아. ⓒ 김란영

그러다 휙 사라져 후다닥 뛰어다니다가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는지 빠드득거리며 식사를 한다. 다음은 온몸 훑기다. 몸을 쭉 뻗으며 침대로 가볍게 올라와 혀로 정성스레 온몸을 핥는다. 손등에서 시작해서 얼굴 뽀얀 배 쩍벌을 하고 한쪽 다리를 하늘로 치켜세우며 몸단장을 한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다 무려 20분을 훌쩍 넘겨 포기한 적이 있다.

내가 움직이면 제법 따라온다. 부엌 싱크대에 있으면 감독을 하듯 창틀에서 가만히 지켜본다. 강아지들에게 줄 참외를 자르고 있는데 유심히 살피더니 달달한 참외 안쪽 부분을 작은 혀로 맛을 본다. 괜찮았는지 얼굴을 디밀어 잘게 잘린 참외 조각을 그릇에 담아 주었다. 밍밍한 하얀 부분은 그대로 두고 달달하고 말랑한 안쪽 부분만 쏙 발라 먹는다. 옥수수도 초당 옥수수, 호박도 밤호박. 자연스런 달달함을 좋아한다. 호불호가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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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감은 사선으로 올라간 눈은 어떤가! ⓒ 김란영

고양이도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흔든다. 시크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하루, 짜루, 빤루” 라고 부르면 눈을 마주치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눈을 감고 잠을 자다가도 내가 보고 있는 걸 어떻게 아는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작은 체구에 뭔지 모를 거만한 기운을 뿜어낸다. 그 모습을 담아두려 사진을 찍을 때도 맘껏 찍어보라고 꼬리를 천천히 살랑인다.

녀석은 취미 한번 고약하다. 집에서 입는 파자마 허벅지 부분은 모두 얼룩이 졌다. 내 무릎 위에 철퍼덕 앉아서 파자마가 흥건하게 옷을 빤다. 엄마 품을 일찍 떠나 그렇다고도 하고 함께하는 가족이 편안하고 애정이 있을 때 하는 본능적인 습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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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진 뒤 어스름한 저녁 여름 피서지 중 하나인 창틀에서 잠자기를 좋아하는 하루. ⓒ 김란영

그럼 그때를 놓치지 않고 서랍에 넣어둔 빗을 꺼내 살포시 빗질을 한다. 말 그대로 살포시. 우악스럽게 했다간 녀석의 기분도 망치고 휙 빠져나가 나만 민망하니 빗만 잡게 된 멋쩍은 신세가 된다. 거기다 한참을 빗질하기가 힘들어 진다. 

‘하루’와 온전히 하루를 보내고 있으면 소소한 일상에도 웃음을 띠게 된다. 심각하고 힘들 때도 뜬금없이 피식 웃게 되는 것도,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게 되는 것도 모두 나의 동물 친구들이 있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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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겨도 절대 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하루는 지금 자고 있다. ⓒ 김란영

그들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주는 능력을 타고났다. 이것이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동물들이 이 세상에 온 진짜 이유가 아닐까? 조건을 따지지 않고, 가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무조건적으로 믿고, 인간을 판단하지 않는 그래서 그 어떤 사람보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동물이다.

어찌 보면 진정한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 동물처럼 훌륭한 안내자가 있을까? 동물을 돌보면서 나 자신을 조금씩 알아 간다. 부드러움과 거친, 느긋함과 성급함, 진실과 위선 나의 모순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나아지려 노력하게 된다. 늦은 나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제야 철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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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잘 때가 가장 사랑스럽다. 겨울날 그렇게 내 등을 침대 삼아 자더니 여름에는 발길을 뚝. 흠칫뿡! ⓒ 김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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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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