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백두산 날개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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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날개하늘나리. ⓒ 이윤영(경기 여주)

- 지방행정연수원 중견리더과정 중 중국역사문화탐방에서 유명을 달리한 친구 고 조영필에게 바치는 시

뉴스를 봅니다, 역사문화탐방에서
날개 달고 저 하늘로 날아간 내 친구
영구차 뒤를 따라서 장맛비가 내립니다

손 한 번 흔들어 봐 마지막 인사인 걸
네 목소리 예 있는데 영정은 말이 없네
백두산 자락을 따라 꽃이 되어 돌아온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어느 곳에든지 있다. 하지만 우린 그 상황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희로애락을 인생이라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해다. 7월이 열리고 이튿날, 중학교 동창 총무로부터 비보를 전하는 문자를 받았다. 꿈을 꾸는가 싶었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게, 자신도 모른단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다 보니 서로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친구는 떠났다. 이제쯤 그곳에 안착했으려나. 2014년 6월 30일 애월문학회 5호 발간기념회에서 애월읍장으로 자리한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지난해 애월읍장에서 물러나고 뭍에서 교육 중이라며 통화를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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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날개하늘나리. ⓒ 이윤영(경기 여주)

일 년 전으로 돌아갔다. 중학교 동창 밴드엔 “공무원 중국 연수 제주 공무원 조영필 맞나요, 확인들 해보세요.”라는 우려를 시작으로, “불길한 뉴스를 보고 인터넷 뒤지면서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는데…”, “황망하여 명복을 빈다는 그 말을 하기조차 아직은 미안해진다.”, “어찌 이런 일이 이처럼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인지?”, “난 어제 가끔 같이하던 저녁을 하자고 메시지 보냈다네. 그런데 밤 되니 긴급 비보가 오더라.”라는 등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임을 알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린 편히 잠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린 친구를 보냈고 친구는 떠났다. 장례식을 치른 저녁, 밴드엔 돈기 회장의 글이 올라왔다. 글자 하나하나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사랑하는 친구를 보내며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는 우정의 친구 고 조영필.
친구로, 벗으로, 항상 웃는 모습으로 다가와 정감을 나누며 소주 한 잔 마시던 그 모습이 주마등처럼 느껴집니다.
넌 가겠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는구나.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두고 어이 홀로 먼저 떠나는가? 오늘도 산천에는 푸르름이 짙어지면서 신록의 계절이 시작되어 산지사방으로 이루어야 할 희망과 꿈들이 많이 있는데. 아직 갈 길이 먼 것만 같은데. 황혼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잖아? 태어나는 건 순서가 있지만 가는 건 순서가 없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사랑하는 동창생들아!
먼저 간 우리 친구 고 조영필 친구를 이젠 영영 볼 수 없게 되었구나. 엊그제만 해도 밴드에서 웃던 인증샷 모습이 곧 달려올 것만 같은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인생무상에 덧없음을 느낍니다. 유명을 달리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하던 일 모두 팽개치고 단숨에 달려온 친구들, 원통함과 슬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우리와 웃고 토닥거리며 나누던 소주잔의 추억들을 고이 간직하고, 힘든 것들 다 내려놓으시고 더 좋은 곳으로 편안하게 떠나시길 바란다. 마지막 떠나는 친구의 넋이 쓸쓸할까 봐, 그 마지막을 함께할 것입니다. 장례식장. 오늘 마지막 장지까지 함께한 친구들 정말 고맙고, 힘들었지만 활기찬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회장 홍돈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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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날개하늘나리. ⓒ 이윤영(경기 여주)

영필아, 사십 대 마지막 해였지? 추석 연휴를 이용해서 친구들과 한라산에 오르던 날 기억나니? 누가 공무원 아니랄까 봐, 백록담에서 점심 후 쓰레기를 주워 모으며 뒤치다꺼리하던 네 모습이 선하단다. 친구들 모두 고개 숙여 너의 명복을 빌었어. 비록 나는 네가 가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많은 친구가 같이했기에 가는 길 외롭지 않았을 거야. 사분사분한 네 목소리 오래 쟁쟁하겠지? 부디. 부디. 잘. 가. / 고봉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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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날개하늘나리. ⓒ 이윤영(경기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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