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먹고 자라는 식물원] 자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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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귀나무. ⓒ 고봉선

유월이다. 유월이면 구태여 숲으로 가지 않아도 내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이 있다. 바로 자귀나무 꽃이다. 마치 쥘부채를 펴고 하늘하늘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은 언제 봐도 즐겁다.

분단에 쐐기를 박아버린 한국전쟁. 해마다 유월이면 평화를 주제로 한 필독서가 선정된다. 물론 필독서 속엔 그 쐐기를 뽑기 위한 바람이 담겨 있다. 작년 6월엔 황선미 선생님의 《희망의 단지 DMZ》가 5학년 필독서로 선정되었다. 읽는 내내 나의 무식을 확인하며 ‘언젠가는, 언젠가는 비무장지대라는 그곳에 가보고 말리라.’ 다짐했다. 꿈을 가지는 한 기회는 오리라. 

아는 것 같으면서도 안다고 할 수 없는, 모르면서도 모른다고 할 수 없는 DMZ. 그 안에 유일한 민간인 마을 대성동과 대성동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6학년 용이와 하늘이, 수정이, 명우는 졸업을 앞두고 15년 뒤 열어볼 타임캡슐, ‘희망의 단지’에 넣을 편지를 써야 한다. 네 아이와 담임선생님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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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귀나무. ⓒ 고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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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귀나무. ⓒ 고봉선

DMZ의 이해를 돋우기 위해 아이들과 컴퓨터 앞에 앉아 ‘공동경비구역 JSA’ 영화도 보았다. DMZ가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가까이하기 어려운 DMZ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 시각으로 DMZ를 바라볼 수 있었다. 통일도 노력해야 한다는 황선미 선생님의 마음 씀이 보이기도 했다.

올해 유월 5학년 필독서는 신천희 선생님의 《남북 공동 초등학교》가 선정되었다. 남북한 아이들을 함께 공부하게 해서 통일 후 문제점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닐까 한다. 반장 선거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스마트폰이 도난당하는 등 남북한 아이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선생님의 문제 해결 능력과 아이들의 노력으로 차츰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 역시 《희망의 단지 DMZ》와 마찬가지로 남북한 사이에 있는 벽이 허물어지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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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귀나무. ⓒ 고봉선

지난해 고정국 선생님의 권유로, 오로지 식물만을 소재로 천자문 시조 쓰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한일 자(壹)에 이르렀다. “어떤 식물로 ‘한일 자’에 꿰맞출까.” 고민하며 달리는데……. 무수천을 지나 광령 3리 방향 새로 뚫린 길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딱 한 송이, 자귀나무 꽃이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희망의 단지 DMZ》 수업을 막 마친 후 육이오 전날이었다. 퍼뜩 스치는 게 있었다.

우리 역사가 남긴 가슴 아픈 상처, 부채춤을 추며 남과 북이 벌이는 한마당 축제,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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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귀나무. ⓒ 고봉선

자귀나무

육이오 하루 앞두고
쥘부채를 펴는구나

70년 졸라맨
저 허리띠 풀어내고

남과 북 한마당에서
부채춤도

보자

/ 고봉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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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귀나무. ⓒ 고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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