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대건축 산책] (24) 전화번호부로 본 제주성 일대 문화 공간 분포변화 上

#. 1914년 지적도상의 옛길과 1974년 전화번호부를 이용한 생활문화공간의 시사점

1914년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지적도는 거의 원형이라고 할수 있는 제주읍성의 흔적을 기록을 잘 남겨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1914년 지적도상의 필지형태와 지목에 기초하여 당시의 제주읍성의 정확한 위치와 관아시설의 위치, 옛길의 형태와 위치, 그리고 읍성내 시민들의 주거공간분포 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한편 국립지리원에서 제공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항공사진은 1967년 사진들이다. 1914년 지적도를 1967년 항공사진위에 중첩시켜 본 결과, 부분적으로 도로개설로 인하여 변화는 있었으나 해방 전․후의 제주읍성의 모습을 거의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이들 1914년 지적자료와 1967년 항공자료를 중첩시켜 분석해 봄으로서 제주읍성의 공간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의미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즉 땅의 기록을 시각적 자료와 결합하여 복합적인 시각정보자료화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1974년 전화번호부상의 생활관련 문화시설들의 분포를 덧씌워서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제주읍성의 옛길을 중심으로 어떠한 생활공간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던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한다면, 옛길을 따라 업종에 따라 지역별 분포상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어 제주읍성내 거주영역과 상업적 생활공간구조를 개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즉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동문 주변에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었고 서문과 남문을 중심으로 주거지역이 분포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주거의 규모로 본다면 서문을 중심으로 한 주거지역이 좀 더 컸으리라 짐작된다. 상업적 생활공간은 칠성골과 옛동성길 사이의 지역, 웃한질골, 알한짓골과 가락쿳길사이의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약간의 경계상의 차이는 있으나 옛길을 중심으로 일정한 생활공간을 형성하고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제주성내의 경우, 주거지역은 관덕정을 중심으로 남쪽에 밀집되어 주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데 제주목의 중심지가 관아가 밀집되어 있었던 관덕정 앞 광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공간구문론분석을 통해 주거가 밀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장이 서기 마련인데 1914년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것으로 전해지는 관덕정 앞 광장에서 열리는 시장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생활과 거리모습, 그리고 주변의 경관을 짐작할 수 있다.

#. 분석방법 

1) 분석방법

앞서 언급하였듯이 원도심은 동서남북으로 도로의 개설을 비롯하여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건축되기 시작하면서 중심지역 및 경계지역의 확장은로 인한 도시공간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었다. 

과거의 도시는 어떠한 생활공간으로 구조화되었는지에 대한 파악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다. 특히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 생활시설들의 분포를 살펴봄으로서 당시의 원도심 공간구조의 맥락을 개략적으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생활관련시설의 분포를 파악하기 위해 검토될 수 있는 자료로는 각종 통계자료를 비롯하여 당시 신문자료를 분석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겠으나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자료가 전화번호자료라 생각된다. 전화번호집에는 업종분류, 상호명, 전화번호, 그리고 주소지 등이 기초적이 자료 모두가 수록되어 있고, 한편으로는 당시 전화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전화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은 당시의 사회적, 경제적 중심지의 분포현황 역시 짐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발간된 제주관련 전화번호집중 파악되는 가장 오래된 전화번호집은 1974년 발간된 자료이다. 이들 자료를 3단계로 나누어 데이터화한 후 ArcInfo GIS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공간분포 등을 분석하였다. 데이터화에 대한 구체적인 작업내용은 다음과 같다.

1단계에서는 1974년 전화번호집에 수록된 모든 자료를 엑셀자료로 입력정리하여 기초적인 자료화를 실시하였다. 1974년 제주도 전화번호에 수록된 전화번호는 제주시(읍면동지역 포함) 2052곳, 서귀포시(읍면동지역 포함) 705곳으로 총 2757곳의 자료이며 본 연구의 주요 분석대상지인 제주 동지역의 데이터는 총 1694곳으로 주소파악이 가능한 데이터는 1161곳으로 약 69%정도였다(표1). 약 70%정도의 자료분석이지만 본 연구가 개별적인 자료의 정확도에 초점을 둔 것이기 보다는 생활시설의 분포패턴을 통한 공간구조의 특징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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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1974년 제주도 전화번호집 자료. ⓒ김태일

2단계에서는 개략적이지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토지 및 건축물현황을 분석할 수 있는 GIS기반의 랜드맵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분포현황 등을 분석하였다. 랜드 맵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관련시설의 분포와 좌표를 파악하여 도로, 지적, 항공사진등과 연계한 복합적인 분석이 가능한 GIS자료로 전화하였다.

3단계에서는 범용GIS프로그램이  ArcInfo를 이용하여 2단계에서 정리된 자료를 활용하여 1914년 지적자료 및 1967년 항공사진, 2009년 항공사진등 다양한 자료와 연계한 중첩분석 등을 실시하였다. 특히 항공사진의 경우 현재 국립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가장 오래된 항공사진이 1967년으로, 약 7년간의 시간적인 차이는 있으나 당시의 여건을 고려할 때 급속한 도시환경의 변화가 크지 않아 1974년 전화번호집의 발간 당시의 도시현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1967년 항공사진으로 판단된다. 

2) 시설분류

1974년 전화번호부상에서는 시설분류는 업종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분석에 유용하게 활용할수 있는 분류체계가 아니어서 사용상의 어려움이 있었다. 업종분류를 세부적으로 분류하되 현재분류와의 통일성을 갖기 위해 통계청에서 분류하고 있는 분류체계를 활용하여 전화번호상의 시설을 분류하여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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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2. 전화번호부상의 업종분류와 통계청의 업종분류 비교. ⓒ김태일
 

2. 분포현황

1) 전반적인 분포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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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전화소유자의 분포. ⓒ김태일
1974년 당시의 전화 소유자의 제주도 전체분포 현황을 살펴본  결과 개략적이지만 중산간 지역의 거의 전화소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 제주시 동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다음으로 서귀포시 동지역, 한림읍, 그리고 대정읍, 중문동 지역이 경제적 중심지로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2) 1967년 항공사진으로 본 전화 소유자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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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전화소유자의 제주읍성 주변분포. ⓒ김태일
제주 동지역의 전화번호 소유자 분포를 살펴본 결과 대체로 5곳 정도의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밀도가 높은 장소로 분류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즉, 일도동 지역의 경우 ⓛ칠성골과 산지천사이의 지역, ②산지천을 따라 바닷가 지역, ③이도동지역의 신성여중․고와 오현고 사이의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④서문주변지역을 중심으로 관덕정 뒤편과 서문시장 일대에도 높은 분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⑤동문시장 주변, ⑥제주시민회관 주변이  비교적 높은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대체로 이들 지역이 제주읍성내 사회적, 경제적 활동의 중심지로 평가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분포의 밀도를 고려할 때, ⓛ칠성골과 산지천사이의 지역, ③이도동지역의 신성여중․고와 오현고 사이의 지역이 중심적 활동공간이었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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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제주시 원정로 거리 풍경으로 동문로터리 부근에서 서쪽을 향해 찍은 모습이다. 1960년대 이후 제주 도심권은 개발 사업등이 추진되며 사회발전이 가속화됐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역사>

흥미를 끄는 점은 1967년 항공사진상으로는 건축물이 없는 장소이지만 전화소유자 분포가 나타나는 지역이 눈에 띄는데 현재의 삼도2동지역 제주남초등학교 남쪽지역과 제주시청 주변지역이 1967년과 1974년 사이 집중적인 개발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측된다(그림2). 아울러 업종별로 구분하여 제주읍성내 분포를 살펴본 결과, 업종에 따라 지역별 분포상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어 40년 전 1974년 제주읍성내 거주영역과 상업적 생활공간구조를 개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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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읍성내 전화소유자 분포. ⓒ김태일

3) 도소매업의 분포

도소매업은 서점, 소매점, 약국, 한약방, 철물점, 제과점, 고물상, 주유소, 백화점 시설들이 해당되는데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으나 전반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특히 도소매업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1967년-1974년 사이 읍성외곽으로 도시기능이 확산되어갔음을 도소매업의 분포를 통해 잘 파악할 수 있다(그림4). 확산형태는 크게 동문과 남문 사이의 외곽, 서문과 남문사이의 외곽, 그리고 시민회관에서 제주시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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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칠성통 모습. 칠성통 인근은 관공서와 금융기관이 밀집한데다 지역 토호들이 거주해 상권이 발달할 수 있었다. 1950년대 들어서 양장점과 양복점이, 1955년 이후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용실도 생겨났다. 1980년대까지 명실상부 제주 최고의 상권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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