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 (34) 자식과 남편은 때로는 나무 위에 앉은 새와 같다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엄마, 이립(而立)하셨나요?

논어 읽기 모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주머니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아주머니들은 자식 키우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남편 이야기를 그 다음으로 많이 합니다. 앉으나 서나 가족 걱정뿐이죠. 아들과 딸이 있는 경우는 딸보다도 아들 걱정을 많이 합니다. 딸은 자신과 같지만, 아들은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주역』에서 곤괘(坤卦)를 보면 ‘순(順)’이라는 글자가 여러 번 눈에 띕니다. 어머니들을 자주 겪으면서 공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순종적인 나머지 의존적이기까지 한다면 가족들이 견디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건괘의 여섯 번째는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부르는 데 너무 높이 올라가서 후회를 한다는 뜻입니다. 곤괘의 여섯 번째는 용전우야(龍戰于野), 용이 들에서 다투면서 검고 누런 피를 흘린다고 설명합니다. 남성성이 전혀 없는 엄마는 이를 질투하게 되고 집안의 남성들과 사사건건 부딪친다는 뜻이죠. 아내에게 사회생활을 권하면서 지원을 약속한 남편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에 충실하기보다는 아내에게 일을 줌으로써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신의 한 수였습니다. 아내가 자신에게 의존하는 습관도 고치고, 아내에게 의미 있는 일에 열중하게 함으로써 인생을 누릴 수 있게 분위기 전환을 해주고, 자기 스스로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보다 열 살도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아주머니께 “혹시 이립(而立)이 안 된 건 아닌지 돌아보시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가족에게 의존하며 자신의 삶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닌지 않은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립(而立)이란 『논어』에서 공자가 자신의 70년을 돌아보며 회고한 말 중에서 삼십대의 이야기입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은 서른이 되어서 독립적인 인간으로 우뚝 섰다는 말인데 ‘립(立)’이라고만 하면 불혹(不惑), 이순(耳順) 같은 말들과 라임이 맞지 않으니 말 ‘이을 이(而)’를 그대로 남겨 둬 이립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 분은 이립이 훨씬 지난 나이이기 때문에 처음에 제 말을 듣고 의아했다고 합니다. 이립이란 게 꼭 서른 전후에 되는 게 아니고, 어떤 사람은 마흔에 되기도 하고 쉰에 되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잊어버렸을 때 그 분이 제게 찾아와 말했습니다. 이립이 안 된 게 맞는 것 같다고. 일을 통해서 남편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면 아들로부터도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그 당시 그 분은 아들과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원인은 잦은 잔소리였습니다. 아들은 잔소리를 피해 밤늦게 귀가를 하거나 며칠 씩 집에 안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자식에게 괜히 잔소리를 하는 부모는 거의 없지만, 잔소리를 끔찍하게 꺼리는 자식이라면 관계가 틀어지기도 합니다. 아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지 말고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했습니다.

아버지가 나섰더니 아들이 입을 열었다고 합니다. 담배 문제와 대학 학점 문제가 원인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잔소리가 뇌관 역할을 한 것입니다. 어머니는 자식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지만 그건 자식이 감당할 삶입니다. 마치 자식의 삶을 대신 살아줄 것처럼 개입하는 경우 자식으로부터 강한 거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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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XABAY

나의 홀로서기와 가족의 홀로서기

자유가 말했다. “상급자에게 자주 충고를 하면 곤욕을 치를 수 있고, 동료에게 자주 충고를 하면 관계가 멀어질 수 있다.”
- 「이인」 편

요즘 소통 방식의 대세는 ‘댓글’입니다.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대화의 오고 감이 있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말하는 걸 뜻하는 한자는 ‘언(言)’이며, 오고 감의 대화는 ‘어(語)’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대화를 언어(言語)라고 합니다. 논어의 맥락에서 남의 충고를 잘 듣는 건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충고를 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기간(幾諫)’(「이인」 편)이란 완곡하게 말하는 것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열전』 중 「골계열전」에서도 하급자가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상급자에게 비유적으로 충고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충고를 듣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어떤 충고를 했을 때 듣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역시 충고를 들은 사람이 가져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점이 걱정되어 견딜 수 없습니다. 자신이 걱정하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충고를 멈추지 않는데, 그것은 자식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걱정하는 함정을 피하려고 하다가 더 큰 함정을 밟을 수 있죠. 자식과 남편은 때로는 나무 위에 앉은 새와 같습니다. 새의 언어와 행동으로 날렵하게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야만 즐겁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잡으려고 하는 것은 집착일 수 있습니다. 혹시 남편과 자식이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나요? 새는 친구 새만 기다릴 뿐 사냥꾼은 피하죠. 사냥꾼이 새를 얼마나 사랑하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입니다. 결국 엄마 스스로, 아내 스스로가 한 마리의 새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스스로 새장에 갇히고, 상대방도 가둬놓으려고 하지 말고 맑고 넓은 하늘을 향해 날갯짓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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