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나도기자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김관태 2018-12-17 16:24 조회 94
아래 글은 저희 장인어른을 대신해 올리는 글입니다.
저는 1946년 올해 73세의 노인입니다. 1968년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퇴역하며 관광의 섬 제주로 혈혈단신 입도하여 관광택시를 운행하였습니다.그러면서 제주 토박이 여자도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일구며 어느덧 45년이 지났으니, 지금은 육지놈이란 천형(天刑)이 덮어질 만큼 세월이 하얗게 내려앉은 듯 합니다.
제가 처음 집을 사고 여태 둥지를 튼 우리동네는 1986년 아라동 산천단취락구조, 어르신들은 사람 사는 데라 그디? '할락산 삼천당?'하면 다들 아시는 제주도 최고의 중산간 마을입니다. 현재는 마을에 진입하는 큰 다리도 번듯하게 생기고, 제주대학교 후문에 원룸촌도 상당 수 형성되어 할락산 고지라는 말은 옛말 같기만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겨울방학이 되고 눈이 내리면 여지없이 고개가 절로절로 저어지는 '할락산 삼천당'으로 심심치 않게 되돌아갑니다.
32년 산천단 마을형성 초기에 살던 사람으로 땅을 조금씩 내놓아 길을 만들고, 비온 뒤에는 내를 건너 학교에 못 가는 동네 아이들을 모아 미니버스에 태워 먼길 돌아 등교시키고, 연 초에는 제주도의 한 해 안녕을 기원하는 한라 산신제 제관으로서 며칠이나마 생업과 집안일을 잠시 접고 온전히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현재, 마을의 꼴이 하나 둘 갖추어져 갔습니다. 십시일반 후원금을 걷고, 도 지원도 받아 지은 마을회관 건립비에 떡하니 제 이름도 올려진 걸 볼 때마다 저 스스로는 참말로 뿌듯하고 세월이 주마등처럼 흐른다는 말이 실감됩니다. 하지만 잠시 살다가는 학생들에게 동네를 맡길 수도 없고, 이젠 청춘들에게 혁신이다 진보다 바깥에서 나랏일이든 큰 일이든 다 내어줘야 하는 노인이 된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마을이나마 부지런히 청결히 가꾸자! 스스로에게 걸맞는 임무를 끝까지 충실하게 다 하자는 다짐도 합니다.
여지없는 보수이고 열혈 태극기 할아버지 같습니까? 영화 '국제시장' 제주도 편도 아니고 무슨 사설이 이렇게 긴가 싶으십니까? 
제가 이렇게 서론을 길게 늘어놓은 것은 우리 마을에 올 해 1월에 생긴 재활용도우미센터 도우미인 제가 해고통지를 받아 그저 '그렇군'하고 수긍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인사례도 있겠구나 여러분들이 알아주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의견'이라는 행정고지 이전에, 가치와 이야기를 소중히 하는 인본주의가 도정에 바탕이 되길를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제는 노인이란 이름표 외에는 없는 앞서 나이먹은 이의 일침으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이라고 써 올려봅니다.
앞서 말씀드려 조금은 상상이 가시겠지만 저희 동네는 학생들이 많이 사는 원룸이 많고 원룸 주인들 역시 시내 혹은 타지역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궂은 날씨와 오르막이 많은 탓에 아이 둔 집도 드문 동네이다보니 마을 정화의 날에는 나올 만한 집에서 한 사람이라도 결석하면 못내 서운해질 만큼 손은 많이 가는데 일손은 부족한 여느 외각 동네입니다. 젊은시절 같이 어린 것들을 데리고 입주했던 이웃들도 다 같이 늙은이가 된지라 여전히 청,장년 역할을 해야함에 너나없이 마을 일에 열심입니다. 마을 정화에 왜 이리 열을 올리나 싶겠지만 생각하시는 것보다 마을에는 치킨, 피자 박스, 음료수 병이 넘칩니다. 지금은 재활용도우미센터 한 군데로 쓰레기버릴 곳을 일원화하였지만 그 전에는 'ㅁ'원룸앞, 'ㅅ'원룸밑, 'ㅈ'원룸, 'ㄷ'원룸, 마을공터 다섯 군데로 클린하우스를 운영했습니다.당시 클린하우스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기피시설이었습니다. 방학 즈음과 신구간 때 정말 골치가 아팠었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ㅁ'원룸앞이라 클린하우스가 저희집 바로 옆에 있다고 해야 더 맞았습니다. 분리수거 요일제를 실시했을 땐 정말 볼만 했습니다. 1층 단독주택인 저희 집은 너무 쉽게 벌레의 습격을 받았고, "왜 집 옆에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고생은 사서햄서!"같은 가족의 질타와 염려가 돌림노래처럼 울려퍼졌었습니다. 저로서는 멀찌감치 생겨서 손댈 수 없게 더러워지느니 우리집 옆에라도 있으면 그때그때 치우고 들여다보기 그나마 편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제주도 전역에 클린하우스지킴이제도가 생겼습니다. 다른동네나 우리 동네나 진통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였나봅니다. 그러나 외곽의 클린하우스는 그럴싸한 비가림도, 매서운 날씨도, 으슥한 분위기를 이겨낼 그 무엇도 없는지라 도우미 지원자가 선뜻없는 것이 차이였겠지요.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저는 뭐 원래하던 일이니 이젠 직업으로 할 수밖에 없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남들은 뭐라해도 저는 사명감으로 시작했습니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을 겪고 나면 한동안 닭은 먹는 것도, 보는 것도 싫어지는 직업병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휴무도 없이, 근무시간 외인데도 매주 월요일마다(저녁 먹기도 애매한)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교육을 받는 것에도, 자녀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에도 저는 나름 열심히 몰두할 일이 있고 무언가 또 다시 남들보다 앞서 생소한 일에 앞장서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재활용도우미센터가 지어질 때에도 공사 잔해 청소를 참으로 열심히 했습니다. 또 자녀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그럼 누가할껀데? 니가?"라고 씨익 웃으며 딱 쏘아주면 나름 잠잠하게 만들기에는 특효였습니다. 5.16도로가 통제되고 마을이 고립되는 겨울을 보냈고, 가르쳐도 가르쳐도 매번 서툴고 어린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속상했던 다른 도우미는 다음에 계속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라동 다른 마을 주민 지원자를 받아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시간만한 약이 없다고 엄마밥만 먹던 학생아이들도 제법 잘 따라오기 시작하고 마을에 새로 생긴 가게를 운영하는 청년도 너무 빡빡하게 군다고 한 판 붙을 기색이었지만, 은근히 휴무날 가족들이랑 가게 손님으로 찾아가니 동네 어르신이라고 대접해 주고, 앞으로는 분리수거 잘하겠다는 약속도 해 왔습니다. 마을이 참말로 잘 돌아가는 것 같아 흐뭇하고 재활용도우미센터가 현재에도 다음 세대에게도 큰 몫하는 것 같아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근무내내 대형 화면에 나오는 쓰레기와 환경에 대한 자료 때문인지 저는 부쩍 환경에 관심이 생기고 저도 모르게 조금이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도 했습니다. 재활용도우미하며 우리집 지붕에는 태양열 판넬이 설치되었고, 제 차는 산천단주민으로서는 필수였던 디젤4륜구동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파격도 보였습니다. 이제 같이 사는 아들도 전기차로 바뀌었고, 딸은 전기차 신청대기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저도 피식 웃음이 납니다. 시쳇말로 열혈 태극기 할아버지 방불케 하는, 도정과 함께인 노인같습니다. 새벽-주간-야간-휴무의 빡빡한 서사적 근무스케줄도 야간-주간-새벽-휴무로 역순로 돌리니 휴무가 여유로워져서 이제 멀리 사는 둘째 딸의 집에도 들여다보러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눈이 오기 전에 딸이 이사한다하니 얼른 다녀올까 아니면 설에 못 내려온다 하니 그 즈음 가볼까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즐거웠고 고마운 것이 많은 연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엇그제 전화 한 통으로 모두 물거품이 되고 회한이 드는 시간으로 변했습니다."지원자가 많아브난 오래한 사람들은 이제 못 할거예, 6개월 이상은 이제 못할거예"
궂은 일일땐 손을 빌리고, 자리를 잡아놓으니 이 일이 참말로 편하고 좋은 허드렛일 같아보여 그런가? 추첨이란 운수에 판가름맡겨 볼만한 중한 일이 아니었음에, 저는 스스로 너무 부풀린 자부심 때문인지 볼이 살짝 뜨꺼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끄러워졌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바꾸고 부지런했었구나. 스스로가 허풍꾼이된 듯도 했습니다. 물심양면 뒷바라지하던 신파극의 여주인공이 된 기분도 들었습니다.누가 이 하소연의 청자가 되어주는지 모르겠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각설해봅니다.  행정은 사무이나, 주민자치는 60억 인구가 100인이 사는 마을처럼 여겨보는, 사람을 귀히 여기는 일입니다.클린하우스 요일제, 재활용도우미센터 설치 등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분명 귀한 도울손들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마을 어른이었다면, 그 분들을 언제나 존중할 만한 선한 약속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노인일자리창출이라는 기대에도 가식적이지 않은, "정확히" 부응한 사례가 되도록 하였으면 합니다. 
이미 가계를 꾸려가는 수입원을 보름남짓하여 충분한 대안도, 의견교환 노력도 없이 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민낯처럼 천박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인 실업 양산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도정 스스로가 저지르는 일입니다. 개인의 가치를 철저히 배제시키는 청산하지 못한 전체주의적 구시대 사고가 재현되는 것이라 느껴집니다. 조강지처는 집에서 내치지 않는다 하는 옛말은 이제 개그 프로의 대사같지만 도정이 하는 사업의 수혜자를 단시간 늘리기 위한 얕은 수는 곧 들통이 날입니다. 수적인 수혜자로 도정의 능력을 내세우기보다 그 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저는 비뚤어진 맹목적인 신념을 애국으로 착각하는 극단적 태극기부대는 혐오합니다. 그러나 현 도정에 대한 협조와 헌신, 과묵한 노인의 호감을 과감히 등지는 일이 과연 한 노인에게 국한된 것일까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모로의 태도와 방법이 미루어 짐작되는 바입니다.
아라동주민센터는 가치를 바로 세우고 공동체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다 적극적으로 적어도 노인이 필요한 마을, 아름다운 마을, 관계와 존중이 공존하는 마을 만들기의 방안을 깊이 고민하고 건의하는데 소홀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위에서 아래로의 전달자에 그친다면 매표소창구와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제주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신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여 종교적 시선을 넘어서 삶의 아름다운 전승으로 발굴되고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는 무슨 가치로 다음 세대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 일까요?  우리의 미담은 신화가 될 수 있을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이 올 것 같은 날 산천단에서 최동식 올림.  

비밀번호 확인

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등록순   추천순
아이콘
참 아름다운... 2018-12-19 00:34    
참 아름다운 어르신이네요, 어쩌다 우연히 보게된 제법 긴 글인데 쉬지 않고 한달음에 읽었습니다. 어르신의 진심이 담긴 아름다운 글이었으니까요, 어찌 행정이 어르신의 정성을 함부로 내팽개쳤는지 화가 나네요, 사람은 없고 효율과 합리성만(그 마저도 공정치 않은) 지배하는 세상이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이 글을 읽으실 지 모르겠지만 진짜 참 어르신이세요, 제가 많이 배웁니다~ 건강하세요
(182.***.***.163)
삭제
총갯수 29,525, 총페이지 1,969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 추천 등록일
29435 이도1동자생단체, 어려운 가정 이사 도우미 활동 전개 이도1동 39 0 / 0 2019-01-31
29434 (동정)일도1동장, 설 연휴 대비 공직 기강 확립 당부 일도1동 61 0 / 0 2019-01-31
29433 송산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1월 정기회의 개최 서귀포시송산동 37 0 / 0 2019-01-31
29432 제주시여자단기청소년쉼터 직원으로 다시 돌아온 입소청소년 73 0 / 0 2019-01-30
29431 일도2동, 신구간 및 설연휴 클린하우스 배출제 도우미 안전교육, 근... 일도2동 주민센터 64 0 / 0 2019-01-30
29430 일도2동, 클린하우스 불법쓰레기 단속 및 분리배출 홍보 일도2동 주민센터 63 0 / 0 2019-01-30
29429 이도1동, 일석이조 탄소포인트제 참여 홍보 이도1동 56 0 / 0 2019-01-30
29428 (전)황사평경로당 회장 정부현님, 관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성금 ... 화북동주민센터 52 0 / 0 2019-01-30
29427 제주YWCA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한라산국립공원 산악박물관체험 박규남 57 0 / 0 2019-01-29
29426 표선면, 녹산로 유채꽃길 환경정비 시행 songkyeu1 56 0 / 0 2019-01-29
29425 표선면, 시가지 일대 불법광고물 합동 정비 표선면 45 0 / 0 2019-01-29
29424 표선면, 시가지 일대 불법광고물 합동 정비 표선면 39 0 / 0 2019-01-29
29423 행복나눔 희망뱅크, 기해년 설 맞이 기초수급자 대상 생필품 지급 표선면 45 0 / 0 2019-01-29
29422 세화2리마을회-NH농협은행 제주본부, 마을어르신 노래방기기 전달식 가져 표선면 24 0 / 0 2019-01-29
29421 표선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2월 사전회의 개최 표선면 24 0 / 0 2019-01-29